9일부터 블랙박스 활용 시행 … 애매한 적발 기준 '문제'

긴급 출동 차량의 진로를 고의로 막거나 양보하지 않는 '얌체차량'에 대해 최대 2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오는 9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적발기준이 불명확한데다 예산부족으로 과태료 근거가 되는 일부 긴급차량에 차량용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아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도로 우측 가장자리 부분으로 일시 정지해 진로를 열어주도록 양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이 양보의무 위반차량을 적발해도 단속권한이 없어 계도 차원에 그치는 등 진로양보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실제 한 소방공무원은 "긴급 출동 시 차량이 적은 낮 시간대에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통행량이 증가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확성기를 통해 양보를 요구해도 길을 터주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 좌측 중앙선을 따라 주행할 수밖에 없어 사고 위험이 높다"고 털어놨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최근 현행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출동 중인 소방차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긴급 자동차에 대한 양보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차종에 따라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적발 근거가 되는 차량용 블랙박스(영상기록장치)를 긴급 차량 내 전방 유리창 부근에 설치토록 했다. 하지만 예산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대다수 소방서 긴급차량에 차량용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6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소방 긴급차량 274대 가운데 36.5%에 해당하는 100대에만 100만 화소급 차량용 블랙박스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지휘차량과 특수구급차에 먼저 블랙박스를 설치했다"며 "내년까지 전체 차량에 점진적으로 블랙박스를 확대 설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보의무 위반 차량에 대해서 과태료 처분을 하더라도 적발 기준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개정된 법에서는 적발 기준에 대해서 '우측가장 자리 일시정지', '진로방해' 등 의무위반 차량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어 진로 방해 시간이나 도로 상황 등의 요소를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어 일선 소방관도 다소 모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재난본부는 "해당 법이 단속에 무게를 두고 시행됐기는 하지만, 무작정 단속을 하기보다는 시민의식을 높이고 소방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된 측면도 있다"며 "개정법이나 예산 문제 등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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