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5곳 성업 피해 급증… 관련법 허점 단속은 전무

13일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의 한 경로당. 최근 노인을 대상으로 약이나 물건을 판매하는 '홍보관'에 자주 다녔다는 김 모(68·여)씨는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얼마 전 홍보관 직원의 말을 듣고 떠밀리듯 구매한 70만 원 상당의 건강식품 때문이다.

김 씨는 특별히 약 효능을 믿고 산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이곳을 다니면서 휴지나 세제 등 공짜 상품을 여러 번 받아간 터라 쉽게 거부하기 힘들었다는 것.

최근 청주 시내에 노인이나 주부를 모아놓고 건강식품이나 의료, 온열기구 등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를 하는 '홍보관'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관련법이 없어, 관계기관의 단속이나 피해구제가 어려워 법안 개정과 소비자 교육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청주시 모충동에 있는 홍보관은 지난 11월에 입점한 뒤 현재까지 60∼70명 정도의 노인과 주부들을 모아놓고 매일 오후 7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건물과 주변에는 홍보관을 알리는 간판이나 홍보 전단 없이 건물 한 층을 한시적으로 임대한 뒤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창문을 막아놓는 등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물건을 구매했다는 최 모(72·여)씨는 "직원들이 하도 눈치를 줘서 20만 원짜리 동충하초를 구매했다"며 "아들이 인근 건강원에 알아보니 시중에서 5만 원 내외로 판매되는 제품이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직1동의 또 다른 홍보관은 더 심각했다.

모충동의 홍보관이 하루 1차례 밤에만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이곳의 홍보관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2시간씩 운영되고 있다.

특히, 노인분들이 물건을 사면 상품 교환권을 몇 장씩 나눠주고 이를 휴지나 조미김 등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취재 결과 현재 청주 시내에 위치와 영업이 확인된 지역만 모두 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충동과 사직동 이외에 운천동, 사창동, 북문로에서 홍보관을 열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북문로에 있는 홍보관은 다른 곳과는 달리 62세 이하의 40∼50대 중년층의 출입만을 허용하고 있다.

경로당에서 만난 이 모(60)씨는 "주로 몇 백만 원짜리 물건을 후불로 팔아놓고 직원들이 구매한 사람들 집을 찾아다니며 수금하러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세금 2천만 원 빼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심에 홍보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청주시는 관련법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시청 경제과 관계자는 "방문판매법상 다른 지역에서 허가를 받으면 청주시에서 별다른 허가를 받지 않고도 영업이 가능하다"라며 "이런 허점을 이용해 사업장을 차려 놓고 음성적으로 영업을 해도 규제나 단속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답답해 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까지는 물건을 산 뒤 14일 이내에 반품을 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하게 보상이나 구제를 받을 만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시내 경로당을 다니며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글·사진 / 박광수

ksthin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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