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기준 대폭 강화후 첫 음주단속 현장 르포

연말로 접어들면서 각종 술자리 모임이 잦아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기다. 하지만 이제 "설마, 걸리지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벌금 폭탄을 맞게 된다. 지난 9일부터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 법 개정 후 충북경찰청의 첫 음주운전 일제단속 현장에 함께했다.

지난 15일 저녁 8시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복대지구대 앞 삼거리. 충북경찰청 소속 싸이카 순찰대 8명과 흥덕경찰서 9명. 모두 17명의 경찰력이 각 도로의 중간 차선을 막고 섰다.

영하 4도의 강추위를 대비해 장갑과 귀마개는 물론, 방한대까지 착용한 이들은 경광봉을 흔들며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이 사이 경찰은 '음주감지기'를 내밀며 운전자에게 측정을 요구했다. 이른 밤인 탓에 통행 차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단속을 시작한 지 35분이 지나서야 감지기에서 "삐∼" 하고 경고음과 함께 첫 단속자가 적발됐다.

살면서 처음 음주단속에 걸렸다는 A(23)씨는 당황한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A씨는 "저녁 7시부터 여자 친구와 함께 맥주 3잔을 마셨다"며 "주변 음식점에서 30m밖에 주행하지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8%'로 면허정지 수치인 '0.05%'에 미치지 않자 굳었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3분 후, 단속을 하던 경찰 한명이 머리위로 경광봉을 흔들었다. 두 번째 음주 운전자가 적발된 것이다.

B(38)씨는 "조수석에 있던 친구가 몇 잔을 더 마셔 할 수 없이 자신이 운전했다"며 작은 컵으로 맥주를 2잔 밖에 마시지 않아 자신 있다며 적극적으로 측정에 응했다. 실제로도 혈중알코올농도 '0.019%' 이날 단속자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B씨는 "훈방 조치에 그치기는 했지만 운전대를 잡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충북경찰청 교통안전계 정대희 경위는 "이 주변이 신흥 유흥가인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적발되고 있다"며 "초기에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갖도록 지속적인 계도나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밤 9시가 가까워지자 차량 통행량이 점차 증가했다.

이날 면허정지도 대부분 밤 9시를 넘어서 30분 사이에 3명이나 적발됐다.

특히, 밤 9시 10분께 적발된 C(50)씨의 상태가 심각했다. C씨는 유난히 불그스레한 얼굴로 술 냄새를 풍기며 "지인과 함께 송년회 분위기에 휩쓸려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며 "맥주 2병정도 밖에 마시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측정기에 3∼4초 정도 힘껏 숨을 내쉬라는 경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척하며 4차례에 걸쳐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결국 복대지구대 조택형 경위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부하면 1차 거부로 간주 합니다"라는 경고를 듣고서야 측정에 응했다.

측정 결과, C씨는 0.086%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C씨는 "불행 중 다행히 취소는 받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300만원 가까이 나올 벌금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저녁 8시부터 2시간 동안 도내 88곳에서 이뤄진 음주운전 일제단속에서 총 33명이 적발, 이중 4명이 면허취소, 나머지 29명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복대지구대 안용헌 1팀장은 "처벌 강화로 알코올 농도나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천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술을 마셨다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을 불러 안전하게 귀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안 팀장은 "법 강화의 취지는 단속보다는 예방에 목적이 있다"며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절주 분위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캠페인도 함께 전개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 박광수

ksthin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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