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으로 뛰는 하영숙 팀장 "일하는 노인시대 앞장"

1930년생 하영숙씨는 할머니라는 표현이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팀장! 할머니 말고 팀장이라고 써줘요. 옛날에는 소장이었는데 지금은 팀장이라고 하면 돼. 사진은 예쁘게 나온 걸루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땡큐 베리 마치!"

여든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곱고 단정했다. 친절은 습관이 된 것일까. 1964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해 잠시 쉰 것을 제외하면 40년 넘게 일을 해왔다.

하 팀장은 "지금도 시내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말로 폭넓은 인맥을 자랑했다.

그녀의 직업은 상조회사 팀장님. 올해 4월 입사해 7개월 만에 3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하 팀장의 취업은 파격이었다. 상조회사의 연령 제한이 70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령 제한이 없을 때 상조회사에 먼저 입사한 작은아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다.

"둘째아들 담임을 했던 분이 42년간 교직에 있다가 이 일을 하고 있었어요. 올해 78세인데 나한테도 권해서 찾아와 봤지. 내가 시시한 데는 댕기지를 않어. 지점장님을 찾아와 회사에 대해 들으니 비전과 전망이 있더라구. 고객들에게 욕은 안 먹겠구나 싶어서 한다고 했어요. 고맙지. 나이든 사람을 채용해줬으니까. 내가 행복한 여자예요."

충북 최초의 보험회사 여성 소장 경력이 하 팀장에 대한 신뢰를 굳혔다. 하 팀장은 만 서른네 살에 동방생명에 입사한 이후, 삼성생명에 흡수돼 일을 놓을 때까지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절, 하루에 한 건씩 계약을 체결하며 주임도 되고, 지도주임도 되고, 교육지도주임도 됐다. 1977년에는 충북 최초로 여성 소장에 발탁됐다. 남들은 화려한 시절만 기억했지만, 하 팀장은 오남매 공부시킬 생각에 모든 시련을 참았다고 회고했다.

"우리 집 아저씨가 도청 경찰국에 근무했어요. 박봉으로는 오남매 공부시키기 어려울 것 같았지. 자녀들 훌륭하게 교육시킬 포부로 입사 했어요. 나는 능력만 되면 대학교, 대학원, 미국유학까지 시킬 생각이었는데 뜻하고 원하면 다 이루어지더라고. 내 말처럼 다 됐어요."

하 팀장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자식농사다. 미국 유학을 떠났던 큰 아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큰 딸은 한국 극지연구의 산 증인이면서 남극 세종기지에서 세 차례나 월동조사 대장을 역임한 장순근 박사의 아내가 됐다. 둘째 딸은 수녀가 됐고, 작은 아들과 막내아들은 국전 서예가와 사업가로 성장했다.

"나는 일하는 게 봉사라고 생각해요. 둘째 딸이 수녀님이 돼서 성당을 나가고 있는데,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교도소 후원회도 나가요. 봉사활동 해야지, 노래교실에도 나가야지, 일도 해야지 한 달이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내가 비록 82세 나이지만 나는 오십오 세 연령으로 생각하고 일을 해요."

하 팀장은 "말로에 시작한 일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태어났으니, 좋은 일을 하고 다녔다는 치사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건강이 허락하면 90세까지도 일하고 싶어. 우리 애들은 '매달 다가오는 마감이 지겹지도 않냐'고 하는데 나는 복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 내가 하는 일에 자신도 있어요."

하 팀장의 바람은 남들이 아쉽다고 할 때, 일도 삶도 내려놓는 것이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지금은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 주변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니 적적할 사이도 없다. 그녀는 사고가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을 굳게 믿는다. 자신의 삶이 꼭 그러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 마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생활하라'고 조언한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으니 '나이든 사람들의 표본,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에게 사회적 동기부여가 되도록 기사를 써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보험회사 시절 매일 아침 큰 소리로 외쳤다는 구호를 소개했다. "뭐든지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나도 해 내고야 말겠다!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나는 성취인이다!"

82세 하영숙 팀장의 '앙코르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김정미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