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영의 교단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할 때 가장 기뻤던 이유 중의 하나는 지긋지긋한 평가로부터의 자유였다.

이제 피평가자의 신분에서 평가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신이 머리끝까지 치솟고 고소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대학원에다 각종 연수가 이어져 평가는 계속되었고 급기야는 청천벽력 같은 교원능력개발평가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 교원 평가는 교원의 전문성과 인성을 향상시켜서 고객인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키고 이런 과정이 선순환의 상승효과를 거두기 위해 도입되었다. 동료평가가 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매우 우수한 평가 결과가 나오는데,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그 정확성이 높아 교원들의 마음을 두렵게 한다. 왜냐하면 평가 결과가 저조한 교원은 별도의 장단기 연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연수 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평가 결과가 나왔다. 명단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관리자의 생각과 고등학생의 생각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었다. 일치의 기쁨도 잠시, 해당 교사에게 결과를 통보하려니 눈앞이 캄캄하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님이 원하는 선생님이 되기는 간단하다. 결코 어렵지 않다. 다음 중에 한두 가지 짝을 지어 실천궁행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선생님, 학부모님이 매우 만족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첫째, 학생들을 이해할 줄 아는 선생님이다. 학생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안정감을 주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선생님이 되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도 있듯이 지난날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고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둘째, 학생의 인격을 존중해 주시는 선생님이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고, 의견을 수렴해 주시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을 학생이 어디 있겠는가.

셋째, 재미있고 잘 웃는 선생님이다. 우리 학교 우태욱 선생님처럼, 박서현 선생님처럼 힘들더라도 늘 명랑하고 밝은 얼굴로 학생을 대해 주고, 수업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어 가는 선생님을 학생들은 무척 좋아한다.

넷째, 지식과 교양이 풍부한 선생님이다.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고,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시는 선생님을 누가 낮게 평가할 것인가.

다섯째, 도덕적 인품을 지니신 선생님이다. 몸가짐이 바르고 용모가 단정하고, 고운말을 사용하며 옳고 그름, 공과 사를 분명히 하고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너그러우신 선생님을 어느 학생이 존경하지 않을 것인가.

여섯째, 열의 있는 선생님이다. 적극적인 사고로 학생들을 이끌어 주고, 알찬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 사랑으로 학생들을 선도하고, 인내와 관용으로 학생들을 감싸주시는 선생님.

일곱째, 편애하지 않는 선생님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편견 없이 모든 학생들을 아껴 주고, 마음이 넓고 자상하신 선생님.

여덟째, 믿음을 주시는 선생님 즉 언행이 일치하는 믿음직한 선생님, 솔직하며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선생님, 어려울 때 도와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선생님,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때 너그럽게 이해하고, 어려울 때 내 편이 돼 주시는 선생님을 그 누가 따르지 않겠는가.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외람되게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되고 싶다. 자신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왜 이런 평가 결과가 나왔는가 하고 그 애매함에 속상해 하는 선생님과 필자 자신에게 삼가 이 화환을 보낸다.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 제천제일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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