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2011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은 랠프 M. 슈타인만은 항원에 특이적인 면역, 즉 획득 면역(adaptive immunity)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면역세포를 발견해 이를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는 고농도의 과립구 대식세포 자극인자(Granulocyte Macrophage Colony-Stimulating Factor)와 인터류킨4(Interleukin 4)를 골수세포(bone marrow cell)에 처리해 대량의 수지상 세포를 생산하는 방법도 확립했고 획득면역에서 수지상 세포의 기능도 밝혀냈습니다.

수지상 세포는 항원전달세포(antigen-presenting cell) 중의 하나로 외부 항원 침입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하는 중요한 세포입니다. 세포의 모양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생긴 삐죽한 돌기를 가졌다 해서 수지상(樹枝狀) 세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이것은 항원을 T세포(프구의 일종으로 세포성 면역을 담당)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을 넓히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T세포는 항체를 만들지 않지만, B세포(림프구의 일종으로 T세포와 함께 단순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를 자극해 항원 특이적인 항체를 생산하도록 조정하면서 획득면역에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T세포는 항원을 직접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지상세포와 같은 항원제시세포가 제시에 주는 항원을 인식한 후 T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증식도 촉진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물질에 직접 작용하는 면역세포들은 항원에 대한 기억(memory)을 가지지 못하지만, 수지상세포는 항원을 기억해 두고 있다가 같은 항원이 다시 들어오면 바로 작용해 질병을 방어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도 슈타인만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노벨 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이 선천성 면역과 획득 면역의 작용 기전을 규명한 결과 감염질환과 암, 염증질환의 예방과 치료제 개발에 새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합니다. 이들의 발견은 면역체계를 자극해 종양을 공격하도록 하는 개량 백신의 개발 등, 종양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으며, 자가면역질환(면역체계가 정상조직을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에 대한 의문점을 푸는 데에도 도움을 주어, 장기이식 때 나타나는 면역거부반응을 막는 면역억제제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슈타인만이 노벨상 수상 발표 3일 전(2011년 9월 30일) 지병인 췌장암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노벨상은 1974년부터 죽은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않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랠프 M. 슈타인만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에 대해 잠시 논란이 있었습니다. 노벨상위원회는 수상 규정에 대해 다시 검토 후, 노벨상 수상자 결정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수상이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 직전 사망하는 전례 없는 '사고'가 발생해 노벨상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슈타인만의 딸은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도 수상 사실을 몰랐다"라면서 "아버지의 노력이 노벨상으로 인정받게 된 것에 대해 모두 감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 충북대학교 약학대학·미래과학연구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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