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배 충북도 행정체제 개편 팀장

지방행정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타 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와 다른 나라의 도시와도 경쟁하는 세계화 시대이다. 고유의 특색 있는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 지방화 시대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가 넘쳐난다. 공무원 위주가 아닌 소비자인 주민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주민들에게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공무원들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변화에 대응하는 것 못지 않게 조직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조직의 미래보다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들은 메일을 통해 전달받는 정보를 자신과 관련된 것 외에는 거의 읽어보지 않고 삭제한다. 공지사항과 여러 참여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다른 부서의 일은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생각한다.

또 도정과 관련해 개최되는 설명회나 공청회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가 적다. 물론 과거보다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아졌다. 회의나 설명회에 참석할 여유가 없다. 그런 것은 내 시간을 빼앗는 귀찮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 보면 도정의 중요한 흐름이나 변화를 모르고, 근시안적으로 내 업무만 챙기게 된다. 개인의 업무와 도정의 중요한 흐름과 충돌이 생기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도정의 흐름과 다른 견해를 외부에 표출하여 혼란을 야기한다.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료 직원과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이 처음 제시한 이론으로 지금은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마을 공동으로 목초지를 이용해서 소를 기르고 살아가는데 목초지가 공동소유이기 때문에 주민 각자가 나 혼자야 무슨 일이 있겠냐는 생각에 내 소를 한 마리라도 더 먹이려고 한다. 목초지가 순식간에 황폐화되어 결국 자신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공멸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조직의 미래에는 관심이 부족한 결과가 어떠할지를 보여준다.

물론 조직에서 자기가 맡은 일만 잘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조직 전체의 흐름을 알고 거기에 맞추어 자기의 일을 최고 수준으로 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시너지'라는 말은 이제 우리말 사전에 오를 정도로 일반화 된 개념이다. 한 사람의 능력이 둘 이상 모이면 산술적 합계 이상으로 능력이 생겨난다.

물론 개인의 행복한 미래가 궁극적 목표이며, 그것을 추구하기 위하여 조직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이 없는 개인은 있을 수 없다. 특히 우리는 공복(公僕)이라는 의미가 있듯이 다른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조직의 미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이며 방향이 어느 쪽인지 공유하면서 모두 같이 가야 한다. 조직의 미래가 곧 나의 이익과 직결됨을 인식하고 나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균형감 있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조직의 미래를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의 공유지를 위해 풀을 아낄 뿐 아니라, 각자가 자신이 먹인 풀 이상으로 목초지를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공유지의 기쁨을 맛보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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