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배 충북도 행정체제 개편 팀장
그러나 외부변화에 대응하는 것 못지 않게 조직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조직의 미래보다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들은 메일을 통해 전달받는 정보를 자신과 관련된 것 외에는 거의 읽어보지 않고 삭제한다. 공지사항과 여러 참여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부서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다른 부서의 일은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생각한다.
또 도정과 관련해 개최되는 설명회나 공청회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가 적다. 물론 과거보다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아졌다. 회의나 설명회에 참석할 여유가 없다. 그런 것은 내 시간을 빼앗는 귀찮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 보면 도정의 중요한 흐름이나 변화를 모르고, 근시안적으로 내 업무만 챙기게 된다. 개인의 업무와 도정의 중요한 흐름과 충돌이 생기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도정의 흐름과 다른 견해를 외부에 표출하여 혼란을 야기한다.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료 직원과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이 처음 제시한 이론으로 지금은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마을 공동으로 목초지를 이용해서 소를 기르고 살아가는데 목초지가 공동소유이기 때문에 주민 각자가 나 혼자야 무슨 일이 있겠냐는 생각에 내 소를 한 마리라도 더 먹이려고 한다. 목초지가 순식간에 황폐화되어 결국 자신을 포함한 마을 전체가 공멸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조직의 미래에는 관심이 부족한 결과가 어떠할지를 보여준다.
물론 조직에서 자기가 맡은 일만 잘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조직 전체의 흐름을 알고 거기에 맞추어 자기의 일을 최고 수준으로 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시너지'라는 말은 이제 우리말 사전에 오를 정도로 일반화 된 개념이다. 한 사람의 능력이 둘 이상 모이면 산술적 합계 이상으로 능력이 생겨난다.
물론 개인의 행복한 미래가 궁극적 목표이며, 그것을 추구하기 위하여 조직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이 없는 개인은 있을 수 없다. 특히 우리는 공복(公僕)이라는 의미가 있듯이 다른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조직의 미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이며 방향이 어느 쪽인지 공유하면서 모두 같이 가야 한다. 조직의 미래가 곧 나의 이익과 직결됨을 인식하고 나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균형감 있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조직의 미래를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의 공유지를 위해 풀을 아낄 뿐 아니라, 각자가 자신이 먹인 풀 이상으로 목초지를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공유지의 기쁨을 맛보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자.
중부매일
jb@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