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문 개방과 동물구조 등 비응급출동에 대해 119구조대가 출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신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어 소방력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화상으로 긴급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데다 일부 신고자들의 항의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 비응급출동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9월 9일부터 119구조대가 꼭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청에 대해 거절할 수 있도록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구조대 및 구급대 편성·운영 등에 관한 규칙' 10조에 있는 거절사유를 대통령령으로 높이고 구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순 문 개방 ▶시설물에 대한 단순 안전조치 및 장애물의 단순 제거 ▶동물의 단순 처리·포획 및 구조 ▶가정폭력·절도 등 단순 범죄사건 ▶주민 불편해소 차원의 단순 민원과 그와 비슷하다고 인정할 만한 비응급상황 등에 대해서는 구조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비응급상황에 대한 출동 건수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충북소방본부 119구조대 출동 통계에 따르면 9월 9일부터 최근까지 전체 구급·구조 출동 건수는 2천50건이었으며 이 중 비응급상황 출동 건수는 278건(13.5%)이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는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전화상으로 긴급여부를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비긴급상황이라고 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달라질 수 있어 일단 출동하고는 있지만 사소한 일들이 간혹 있어 힘이 빠질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오후 1시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빌라에서 A씨가 '집 안에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사고가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를 접수해 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잠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 안에 있던 B씨는 단순히 술을 많이 마셔 잠을 자고 있던 상태로 A씨는 "문도 잠겨 있고 연락도 되지 않아 신고 했다"고 말해 출동한 소방대원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또 앞서 3일 오전 10시 가경동의 아파트에서 아이가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와 119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현관키 분실로 인한 단순 문 개방 신고로, 출동했을 때 이미 관리사무소에 현관키를 받아 자체적으로 해결된 일도 있었다.

충북소방본부 방호구조과 김상은 소방장은 "잠긴 문을 열거나 동물구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서보다는 가까운 열쇠집이나 동물구조협회 등에 연락해 달라"며 "작은 실천 하나로 구조가 절실한 분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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