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 충주주재 / 제2사회부장 >

충주시가 충주세계무술축제 존폐 문제를 놓고 내년 1월에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무려 14년 동안 13번이나 개최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무술축제에 대해 느닷없이 존폐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 참으로 뜬금 없다는 생각이다.

무술축제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무술축제를 계기로 충주에 본부를 두고 발족한 세계무술연맹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공식업무관계 NGO로 승인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형문화유산 정부간위원회 자문 NGO로 승인됐다.

무술축제의 모토가 됐던 택견은 최근 세계 각국의 무예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로부터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유네스코는 충주세계무술축제 개최의 공을 인정해 충주시에 국제TSG진흥센터(청소년 사회 참여와 무예국제센터) 유치를 권고했고 시는 지난해 5월 유네스코에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지난해부터 전세계의 무술관련 행사 중 최초로 유네스코 공식 후원 명칭을 승인받아 치러지고 있다.

이밖에도 무술축제는 충주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는 등 무형, 유형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 마다 무술축제는 단골메뉴로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자치단체장 주변의 정치적인 성향을 지닌 소수의 반대론자들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무술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미흡한 경제적 효과와 시민 여론 분열 등을 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무술축제가 폐지될 경우,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한 대안은 마련돼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세계 수십여개국의 무술인들이 참여하는 무술축제를 폐지할 경우, 충주시의 대내외적인 이미지 추락은 물론, 행정의 신뢰성마저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

또 무술축제를 계기로 설립한 세계무술연맹과 세계무술공원을 비롯해, TSG 유치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만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주장에 춤을 추며 놀아나는 충주시 역시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결과,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사후 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

이같은 대안마저 없이 여론조사를 강행한다면 시는 책임감 없이 시민들을 볼모로 한 소모적 논쟁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앞서 모 방송사가 마련한 무술축제 관련,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는 "무술축제가 헤게모니를 쥔 사람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고 주장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동안 그래 왔고, 현재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술축제를 지속적으로 논란거리로 삼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무술축제를 처음 주도한 사람과 정치적인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무술축제는 정치적인 이슈거리가 아니고,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시민대화합을 외치고 있는 이종배 시장을 이같은 논란에 끌어들여 흔들어서는 안된다. 이 시장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억지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취임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이 시장은 해야할 일이 태산이다. 시장은 소수 이해집단의 대변자가 아니고 시민들의 뜻을 받드는 일꾼이어야 한다.

시는 당장 여론조사 방침을 철회하고, 대신 무술축제 발전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잠잠해진 여론에 또 다시 파문만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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