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서기 25년 경 중국 後漢(후한)시대에 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양진은 학문이 깊었을 뿐만 아니라 성품이 어질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그가 太守(태수)라는 벼슬자리에 있을 때 부하 한 사람이 찾아와 "전에 신세를 많이 졌다"며 사례로 돈을 내밀었다.

양진은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자 부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어두운 밤이고, 이렇게 방안에 있으니 아무도 볼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으니 받아두십시오."

그러자 양진이 말한다.

"하늘이 알고 天知(천지) 땅이 알고 地知(지지), 그대가 알고 子知(자지) 또한 내가 아는데 我知(아지)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한단 말이오?"

후한서에 등장하는 양진의 四知(사지)에 관한 이야기다.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부임을 자처하던 이명박 정권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국철 회장의 정권 실세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상득 국회의원실 박배수 보좌관을 구속할 때 박 보좌관을 믿고 그에게 10억 원을 뇌물로 주었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한 사건이 처음 드러나면서 경찰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지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한국PD협회가 공동으로 각 단체 회원들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2011년 언론에서 무시당한 10대 뉴스'를 선정해 달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들이 상당부분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 보도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밝힌 무시당한 10대 뉴스 1위에는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보도'(77.3%)가 차지했고, '4대강 부실공사와 홍수예방 효과'가 73.3%로 2위,'MB 내곡동 사저'(73%), '선관위 사이버 테러와 여당 연루'(7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선정 발표한 2011년 '부패뉴스'에도 1위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논란', 2위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3위 '이 대통령 친인척 측근 비리'가 나란히 금 은 동메달을 석권했다.

27일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 모(30)씨도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고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씨에 이어 국회의장 전 비서도 공모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김 씨와 공 씨의 통화내역을 종합하면서 청와대 행정관 박 모(38)씨 등의 연루 사실도 조사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를 지시한 몸통은 따로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한나라당이나 측근들이 저지르는 잇단 비리에 대해 국민들에게 아직도 한마디 사과조차 않고 있다. 자고 나면 비리가 터지는 상황이어서 사과의 시점을 잡기도 쉽진 않겠지만 검찰의 철저한 수사조차도 촉구하지 않고 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국민 모두가 아는 일인데... "

그래서 어느새 대학생들이 된 아들들과 대통령 이야기만 나오면 속으로 삼키는 말이 있다.

"미안하다 아들들아 나도 내 손을 지져버리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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