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언어로 인사하는 청주 영운어린이집

"니하오∼", "센베노∼", "오하요∼", "굿모닝∼"

중국어와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의 인사말로 시작되는 '영운어린이집'의 아침풍경은 다른 어린이집 모습과 사뭇 다르다. 아이의 고사리 손을 잡고 들어오는 어머니들의 피부색과 말투도 제각각.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영운어린이집(원장 박정순)에서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전체 원생 49명 가운데 20%에 달하는 10명이 몽골과 중국, 일본, 필리핀 국적의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낳은 아이들이다.

평범한 어린이집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7월.

우연한 기회에 중국인 이주여성의 한국 내 정착을 돕다가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주여성들이 박 원장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의 무시와 편견은 이주여성들의 한국생활을 어렵게 했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피부색은 달라도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내 아기가 차별받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기를 바랐던 이주여성들에게는 영운어린이집이 해방구와 같았다.

이러한 어른들의 마음은 박정순 원장에게도 오롯이 전달됐다. 박 원장은 "한국에서 당한 서러움이 얼마나 깊었으면 저를 소개하면서 했다는 말이 '저 원장님은 우리 무시 안 해' 였다고 하는군요.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찡해요"라며 당시 상담 분위기를 전했다.

경쟁 중심의 사회,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토 속에서 박 원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만큼은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인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국제결혼가정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한때 한국인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계속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 조차 기우였음을 확인시켜 준 주인공들이 바로 아이들이었다.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민족, 다문화를 체험한 아이들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시선을 갖추게 됐다. 차이는 더이상 차별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문화가정 어머니들로 구성된 한국어 교실을 만들고, 정기적인 상담과 양육정보 교환, 외부강사를 초청한 다문화 수업, 이주여성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아이들과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보는 행사가 큰 도움이 됐다.

박정순 원장은 "다문화가정과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약점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여기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으니 강점이 될 수도 있어요. 아이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에 필요한 능력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부여해줘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박정순 원장은 말한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편견이 없어요. 어른들이 심어주는 것이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차이를 차별로 연결하지 않는 인식이 필요해요. 새해에는 이주여성과 그 아이들이 우리와 다르다고 무시 받지 않고 한국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 세계처럼 다양성, 다문화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 박광수

ksthin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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