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전원 前 청주교육장

학교에서 창의성 개발과 사고력 신장을 위해 제시된 과제를 집으로 가져온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천재하고 바보가 게임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그러자 어머니는 대답 대신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요?' 라고 반문을 한다.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당연히 천재와 토끼가 이겨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바보와 거북이가 이기길 바라고 있다. '어떻게 해야 바보와 거북이가 토끼와 천재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궁리해 보도록 하는 것이므로 천재(淺才)를 전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능이 부족하여 어리석고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한 사람을 낮잡아서 부르는 바보를, 그래서 천재와는 게임 경쟁이 될 리가 없을 텐데도 사람들은 왠지 그가 이기기를 바라고 그와 함께 있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그보다 낫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고, 천재가 아님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그런데 바보와 거북이가 천재와 토끼를 이기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을 천재(天才)라고 하지 않고 천재(淺才)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우리 세상이어서 천재의 기준을 어느 쪽에 두고 생각하게 될지 대답이 궁금하다.

어쩌면 에디슨의 말처럼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천재라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선천적으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와 재능을 가진 10살짜리 아들 천재와 기본의 영재성에 세상의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노력한 후천의 40세 어머니 천재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 보지만, 묘안은 나오질 않는다.

정답이 있어야 하므로 정답을 만들기 위해 상황과 조건에 따른 기준을 설정하여 각각의 능력을 측정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천재의 우화가 되기 때문이다.

천재의 성공보다 온갖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한 바보에게 박수와 존경을 더 보내고, 넘치는 능력의 토끼보다 우보천리로 꾸준히 노력한 거북의 행동을 삶의 지혜로 삼는 이들이 많은 것을, 어릴 적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그 많은 신동이나 천재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그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여기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결국 우리의 정서는 재간꾼은 싫어하면서도 그들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천재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 상대로서의 바보가 아닌 당당히 맞서서 겨루는 자기만의 천재이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자기의 천부적 소질을 찾아 열심히 갈고 정성들여 닦으면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특정분야의 천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영역의 달인들이 바로 그 증명이리라.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재주는 타고난다는데, 토끼와 거북이에게 수영시합을 한번 시켜보면 바보와 거북이도 천재와 토끼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가 종이 한 장의 차이듯 천재와 바보도 종이의 앞면과 뒷면처럼 그 차이는 아주 적다. 자기에게 당면한 문제를 피하느냐 받아들이느냐의 생각 차이로 지능지수만 내세운 천재의 벽 또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지금도 매일 다섯 시간 이상의 피아노 연습을 통해 손가락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피겨요정 김연아는 하루만 연습을 쉬어도 몸이 굳는 느낌이 전해진다는데, 세상에 알려졌던 수많은 천재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충분히 짐작했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면 이를 위해 줄기찬 노력으로 뜻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기 바란다. 끊임없는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는데, 기원한 것으로 그치면 바보일 수밖에 없고, 구멍이 날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하면 천재가 될 수 있음을 굳게 믿고서 새해의 각오로 삼아 꼭 한번 실천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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