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익규 < 정치부장 >

임진년 새해의 첫째주가 지났다. 직장에서의 시무식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느라 분주했을 한 주가 그려진다.

누구에게나 새롭고 중요하겠지만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정치권 만큼 올해가 소중한 집단도 없을 게다. 더욱이 총선에 도전장을 던진 입후보예정자들이야말로 더욱 촌음이 아깝고, 만나는 유권자가 꽃보다 귀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유권자 입장에선 최소한 선거일 전까지는 정치인들로부터 존중(?)을 받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모쪼록 올해 총선과 대선, 두개의 중대선거를 잘 치러내 국운상승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일 있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의 신년인사회를 분위기라도 느껴보고자 찾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지만 전장터에 나가는 장수를 격려하고, 승리를 확신하는 출정식이라 부르는 게 더 맞아 보였다. 국회의원부터 지방의원, 단체장, 당직자들이 총 출동해 4·11 총선에 출마하는 입후보예정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자, 이들은 비장하게 한마디씩을 쏟아냈다.

그 말들이 압권이었다. 때론 짧고도 길지만, 그들의 말속엔 분명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이구동성으로 자신들과 소속 정당이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되레 발언 수위가 지나쳐 귀에 거슬리기도 했다. 으레 정치가 말의 성찬이려니 생각해도 2012년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정서와는 한참 멀었다. 안철수 현상을 말하길래 응당 자신들의 반성이 먼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A 의원은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함께 전진하자"고 했다.

통렬한 자아성찰은 커녕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거짓'이 아닌 '사실'임을 뒷북치듯 인정하는 그의 인식수준이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B의원은 "사자가 토끼를 잡는데 허투루하지 않는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올해 두번 주어진 황금같은 기회를 잡자"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선 "겸손하고, 지혜로워야 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순간의 방심을 경계하자는 의도의 발언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기자들은 그의 말에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동물 세계를 그리고 있었다. 토끼가 되어버린 집권여당을 쫓는 사자(야당) 말이다. 토끼와 사자가 같이 서식하는 지는 모르지만…. 국회의장 후보, 차기정권 총리를 운운하는 것이 당사자와 당원에게 기분 좋은 신년 덕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민주통합당의 행사에선 교만과 배부른 포만감이 느껴졌다.

이번엔 한나라당 충북도당을 찾았다.

국민의례에 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신년사를 영상으로 지켜보았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행복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실행하듯 행사장 전면엔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이어 원외위원장들은 "충북에서 야당의 불명예를 벗어나자"는 결의가 나오고,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충북에서의) 지역실정론으로 대응하자"는 전술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년이라 그런지 자기 반성이나 성찰보다는 투쟁의지가 야심차게 들렸다.

다만, 행사장에 불우이웃 돕기 모금함을 설치했다는 안내말이 그나마 신선했다.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함이 읽혀진 이날 행사를 상징하듯 "충북도민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상 기관인 국회의원이 지방의원과 마찬가지로 충북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한다? 글쎄다. 올해는 20년만에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남을 인정하고, 여럿이 함께 가는 통합의 리더십을 선택하자. 공생의 가치를 가진 진정성있는 리더를 찾아보자.

자기성찰이 우선인 리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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