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새해에는 무조건 돈벼락 맞고 부자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딱 정한 겁니다."

"새해에는 돈벼락맞고 나눠주며 사는 겁니다. 몇억 씩 기부하고, 돈으로 코 풀며, 돈으로 불쏘시개하며 고구마 구워먹는 겁니다."

"새해에는 다들 이유없이 돈벼락 맞는 겁니다."

"무조건 대박나야되고, 복터지는 겁니다. 잉"

"우리끼리 따∼악 정한겁니다.∼잉"

몇해전부터 광고 카피로 유명해진 "부자되세요" 라는 말이 새해인사가 되어 버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보다 높은 강도의 "대박 나세요"라는 인사가 오간다. 시대가 바뀌어서 올핸 '무조건 대박 나세요'라는 메시지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광범위하게 전달될 뿐이다. 이같은 '인사치레' 문자가 넘쳐난다. 좀 짜증도 난다. TV 개그콘서트 '애정남'를 빗대서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하는 말이니 탓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되어라'라는 새해 인사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얘기라고 한다.

매년 '부자' 인사를 주고 받지만 우리는 그 만큼 행복하고 부자가 되었는가?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던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 대선공약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임기말 경제침체로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쪼그라들고 궁핍해지고, 답답해지고, 힘들어졌다. 갈수록 깊어지는 빈부격차, 터널의 끝조차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 올해는 더욱 힘들다 하지 않던가?

그러나 우리사회가 언제부턴가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이 되었다. 뭘해도 대박나야 되고, 수능도 대박나야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수억∼수억원대에 이르는 저축은행 금품 사건에 이어 연일 터지는 MB측근 비리도 다 돈으로 얼룩진 일들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린 사건으로 정치권은 연일 시끄럽다. 빈곤층은 돈이 없어 병원도 못가는(5명중 1명) 마당에 부유한 정치인들은 돈으로 '대박'을 좇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의 연봉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라는 얘기가 빅 뉴스가 되는 게 현실이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달콤한 이야기로만 들릴 수 밖에 없다. 연봉을 얼마나 받느냐가 직업선택의 1차적인 기준이 됐다. 경제력만을 놓고 성공을 평가하다보니 직업을 선택하는 소명의식도 철학도 사라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부자와 행복은 일치하는 것일까?

성장을 대신하는 새로운 후생지표로 국민총행복지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에서 국민총행복지수 1위에 꼽힌 나라는 바로 부탄이다.

티베트, 인도와 인접한 국가로 인구가 100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천달러에도 못미친다. 그럼에도 부탄은 신경제재단(NEF)의 조사결과 국가별 행복지수가 14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이 68위에 오른 것에 비해 상당한 차이다. 행복지수가 상위권인 국가의 국민들은 물질의 풍요보다 정신의 풍요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국가의 복지, 문화, 분위기 등을 통해 국민들의 97%는 행복에 대한 만족도를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행복의 공식을 '행복=소유÷욕망'으로 정의했다. 소유가 일정하다면 욕망을 줄여야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도 통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가난을 예찬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려는 욕구와 경제활동은 당연하다. 국가도 성장하고 국민들도 잘 살아야한다. 그런데 환상적인 대박만을 꿈꾸기 보다는 일을 열심히 해야 돈도 벌고 행복해질 수 있는게 아닌가.

차라리 "무조건 대박나세요"라는 허망한 새해인사를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로 바꾸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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