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여고생 잇단 자살 … 근본적 인성교육 등 대책 시급
특히 학교폭력 수준이 심각해지고 폭력에 따른 2차피해가 이어지면서 학생들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지도·교육과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교과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에서 제시한 학교폭력 대책은 대부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들로 표면적으로는 학교폭력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가해자 처벌강화만으로는 미봉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자살사건이 보여주고 있다.
◆대전서 동급생 연이어 자살 = 16일 오후 6시33분께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1층 출입구 지붕에 A양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병원으로 옮겨진뒤 30여 분만에 숨졌다. A양은 지난해 12월 투신자살한 B양과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사이로 같은 학급의 반장이었다.
당시 A양은 B양을 상담교사에게 데리고 가 상담을 받도록 도와줬으나, B양은 하교한 뒤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었다.
대전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B양의 친구로서 B양의 사고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고,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Wee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아왔다"면서 "조금씩 나아지나 했더니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B양 사고 이후 학생들이 경찰의 수사에 힘들어 했고, 많은 학생이 괴로움을 호소해오고 있다"며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유족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대책 처벌강화 위주 = 대구 중학생 자살이후 교과부와 경찰에서 잇따라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교과부에서는 가해학생 학부모의 책임을 묻고,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남겨 상급학교 진학에 반영하는 등 학교현장에서 쓸 수 있는 강도높은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경찰에서도 학교폭력시 구속수사 확대, 스쿨폴리스 가동 등 공권력 개입을 넓히는 강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 가운데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교사들의 책임감 제고나 학생들의 인성강화를 위한 방안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폭력차단 사전 교육 필요 = 이날 대전서 자살한 A양은 절친했던 B양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에서는 해당반 학생들을 상대로 출장 심리상담과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일이 벌어진 뒤 긴급하게 이뤄진 대책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종근 충북바른인성실천모임 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자존감도 크게 부족하다"며 "이번 일에도 이런 문제점들이 밑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들의 인성은 12세 이전에 그 기반이 형성되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학교폭력은 가해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선도가 함께 이뤄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동일·김강중
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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