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엄재창 단양희망포럼 대표

경북 봉화군의 춘양면은 우리말의 관용구 중 하나인 '억지춘양' 또는 '억지춘향'의 유래가 되었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이 말의 유래는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일반 소나무를 춘양면 특산물인 고급 춘양목으로 억지로 속여 팔았던 일을 빗댔다는 설과 일제 강점기 당시 철암선(영동선의 전신)을 부설할 때는 춘양을 통과하지 않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해방 후 그 계획이 자유당 집권 당시 비중 있던 봉화군 출신 모 정치인의 강압에 의해 갑자기 수정되어 춘양을 경유하도록 철로가 S자로 굽어져서 부설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지명은 말 그대로 땅에 붙이는 이름이다.

작게는 마을단위에서부터 크게는 국가단위로 붙여지는 이름으로 토지를 인식하고 그 토지와 다른 토지를 구별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지명은 그 지방의 고유의 사고(思考)와 의식 구조, 전통과 습관, 문화와 경제 등 사회적 특성을 대변하는 그야말로 지역의 고유 대명사이다.

지명이 좋은 곳은 풍수가 좋아 예로부터 십승지지니 장수마을이니 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하였다.

그래서 일제는 우리 민족의 명맥을 끊기 위하여 풍수 지리적으로 유명한 곳의 산맥을 찾아 혈을 박아 우수한 인재의 출생을 막아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려고 하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경북 영주시가 '단산면'의 이름을 '소백산면'으로 바꾸기 위해 '영주시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타 자치단체와의 차별화를 위하여 이른바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인근의 예를 보면 강원도 영월군의 김삿갓면이나 이웃 충주시의 수안보면이 그것이다.

충주시 수안보면은 원래 상모(上芼)면 이었으나 2005년에 수안보 온천을 홍보하기 위하여, 김삿갓면은 영월군 하동(下東)면이던 것을 2009년에 김삿갓(김병연)의 생가와 묘 그리고 문학관 등이 있다하여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각 각 개명하였다.

아마도 이번 영주시 단산면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차원의 개명 움직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앞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역의 고유한 자원이나 특성을 가지고 개명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이나 단산면의 경우 그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소백산은 충북, 경북, 강원의 3도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충북의 단양군(단양읍. 대강면, 가곡면, 영춘면)과 경북의 영주시(풍기읍, 순흥면. 단산면, 부석면) 그리고 강원도(김삿갓면)가 인접하고 있는 산이다.

예로부터 삼재(화재·수재·풍재)가 들지 않은 산이라 하여 풍수의 명당으로 꼽혀 조선시대 병란과 기근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1987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 된 명산 중의 명산이다.

전체 면적은 단양군이 영주시 보다 조금 작지만 연화봉, 비로봉 등 주봉과 희귀식물인 에델바이스(외솜다리) 자생지와 천연기념물 244호인 주목군락지와 국립소백산천문대 등이 모두 단양군의 경계 안에 들어 있다.

여건이 이러할 진데 금번 단산면의 지명을 소백면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은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견강부회'(牽强附會)요, 그야말로 경상도식 '억지춘양'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은 소통과 협력을 통한 상생의 시대이다.

지리적 여건으로 가뜩이나 낙후된 지역을 여럿이 힘을 모아 공동의 노력으로 개발해보자고 수년째 단양군, 영주시, 영월군, 제천시, 평창군, 봉화군 등 3도 접경의 6개 자치단체가 모여 중부 내륙중심권 행·의정 협력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사소한 문제도 사전에 소통이 안 되고 조율이 안 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이웃의 대사(大事)는 어떻게 도와주며 무엇으로 성공을 장담하겠는가?

아무쪼록 양 행정기관이 상생 차원의 원만한 협의점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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