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의 논술 이렇게 쓰자-연세대 논술 예시 답안

2010학년도 연세대 논술(인문계열) 제시문

제시문 (가)

하늘에서 타고난 재주와 기력은 사람의 지혜로 어찌할 수 없으므로 타고난 인품을 통일할 방법은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사람된 도리와 권리를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해서 국가의 대업과 정부의 법도가 세워졌다. 의롭지 못한 무리들은 과격한 기질로 그러한 질서를 파괴하고 자기들의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성으로 힘을 제어하여 일정한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정부가 만들어진 근본 뜻이다.

정부의 직분은 나라의 정치를 안정되고도 온전히 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태평스러운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것, 법치를 확립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원통하거나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외국과의 교제를 신의 있게 하여 나라가 분란의 우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군대 양성과 도로 건설, 학교 설립과 같은 공공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한 나라의 안녕과 문명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개화되었는지 미개한지의 구별은 정부가 공공사업을 시행하는지 아닌지에 달려있다. 군대가 없으면 외국의 침략이나 국내의 반란이 있을 대 무슨 방법으로 방어하며 진압하겠는가. 도로를 건설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어지 편리하게 이동하겠으며, 학교를 설립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어찌 윤리와 기강에 밝고 기술에도 정통하여 풍속이 문란해지거나 가난한 지경에 이르지 않기를 기약하겠는가. 이 밖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어떠한 생업에 종사하든지 자신들의 생애를 편안히 하여 집안에서는 부모를 봉양하고 형제 처자와 즐거움을 누리며, 집 밖에 나가서는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재미있게 놀더라도, 도둑을 맞을 우려와 재앙을 만날 공포가 없는 것이 모두 정부의 덕택이다. 만약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 정부가 설립되지 않았다면 약한 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디에 호소하며, 강폭한 자가 무도한 행위를 저지른들 누가 막아주겠는가.

제시문 (나)

좁은 의미에서 '공적(公的)'이라는 말은 '국가적'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이런 속성은 사법권의 규제와 정당한 강제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국가기구의 기능과 연관된다. 국가기구의 권력에 맞서 생겨난 것이 시민사회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에 따르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근대적 관계는 '사회적인 것'의 등장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 때 그녀가 의미했던 것은 바로 사적 영역이 공적인 것과 연관성을 가진 그러한 사회의 영역이다. 즉, "단지 살기 위해서 상호 의존한다는 사실이 공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단순한 생존에 관련된 활동이 공적으로 등장하는 곳이 사회다."

시민사회의 사적 영역에 관한 공중(公衆)의 관심사가 더 이상 공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제한되지 않고, 공중이 그 관심사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면서 시민사회의 공적 영역은 더욱 발전했다. 한편으로 이제 국가가 맞서게 된 사회는 사적인 부분을 공권력에서 분명히 분리시켰고, 또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재생산의 문제를 사적인 가정의 범위를 넘어 공중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국가와 시민사회가 행정절차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지점에서 공중은 자신들의 이성을 사용하여 비판적 판단력을 키웠다.

시민사회의 공론장(公論場)은 개인들이 결집한 공중의 영역으로 파악될 수 있다. 공권력 그 자체에 대항하여 시민사회는 이제 국가에 의해 규제되어 온 공적인 영역을 차지하고자 했다. 그 결과 시민사회는,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에 속하지만 공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상품교환과 사회적 노동에 관한 관계들을 규제하는 일반적인 규칙을 놓고서 공권력과 논쟁을 벌였다. 정치적 대결의 매개가 시민들이 공적인 용도로 사용한 이성이었다는 점은 매우 특수하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기능하는 공론장은 18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의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잡지와 신문은 정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공중의 비판적 기구로 가장 먼저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시기에 '타임즈(The Times)'와 같은 새로운 거대 일간지와 더불어 정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공중의 다른 제도들도 출현했다. 공적 집회도 그 규모와 횟수가 증가했고 정치적 연합체 역시 많이 생겼다.

제시문 (다)

공리(utility)의 원리는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당사자의 행복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또는 촉진시키거나 억누르는) 경향에 따라 모든 행위를 승인하거나 부인하는 원리를 의미한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모든 행위란 개인의 사적인 모든 행위뿐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공리는 어떤 것이든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에게 혜택, 이점, 쾌락, 선, 행복 (이 경우에 이 모든 어휘는 동일한 의미를 갖고, 그것은 고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을 가져다주거나 불운, 고통, 악, 불행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그러한 속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당사자가 공동체 전체일 경우 행복은 공동체의 행복을 뜻하며 당사자가 특정 개인인 경우는 그 개인의 행복을 가리킨다.

공동체는 구성원으로 여겨지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허구체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이익이란 무엇인가? 그 이익이란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개인들이 얻는 이익의 총합이다.

개인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동체의 이익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떤 일이 개인의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그것을 위한 일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그 개인의 쾌락의 합계를 증가시키거나 고통의 합계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공동체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그것이 구성원들의 쾌락의 합계를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떤 행위가 공동체의 행복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그것을 감소시키는 경향보다도 큰 경우, 이는 공리의 원리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행위에 대한 개인의 승인이나 부인이 공동체의 행복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경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다시 말해 공리의 법칙에 상응하는지 상응하지 않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그 개인은 공리의 원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논술 수업중에 한 학생이 쓴 답안인데, 너무 잘 써서 에이플러스 점수를 주고 모두 박수로 축하해준 답안이다. 연세대 논술은 다면사고형 논술인데 이 학생처럼 여러 각도에서 답안을 생각해 보는 창의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2010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기출문제이다.

[문제] 제시문 (가), (나), (다)는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그 차이점을 분석하시오.(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그럭저럭 합격권 답안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를 제시문 (가)는 국가로, 제시문 (나)는 시민사회로, 제시문 (다)는 개인으로 보고 있다.

제시문 (가)에서는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제어하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 졌다고 본다. 국민을 태평하게 하고 법치를 확립하며 외국과의 교류를 잘하는 것이 정부의 직분이요, 또, 군대를 양성하고 도로를 건설하고 학교를 설립하는 것 등이 공공성을 실현하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우리가 평안히 살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덕택인 것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시민사회가 공적인 국가기구의 권력에 맞서 생겨난다고 보았다. 한나 아렌트는 사적 영역이 공적인 것과 연관성을 가지는 사회적인 것의 등장을 말하는데 이 영역이 바로 시민사회의 영역에 해당한다. 공중의 관심사가 국가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로 여기면서 시민사회가 더욱 발전해 온 것이다. 시민들의 이러한 비판적 판단력은 공권력과 논쟁을 벌여왔다.

제시문 (다)에서는 공동체는 개인들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본다. 공동체의 이익이란 각 개인들의 이익의 총합인 것이다. 공공성 실현의 주체가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의 쾌락 증가나 고통 감소가 바로 공동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시문 (가)에서는 중앙정부가 국방, 치안, 외교, 행정 등의 분야에서 제도를 확립하여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며, 제시문 (나)에서는 시민사회가 공권력 밖에서 공동의 가치를 실현해가며, 제시문 (다)에서는 개인들의 이익의 합을 최대로 하는 것이 공공성의 실현이다.

◆창의성이 발휘된 답안

사회에서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는 다양하다. 제시문 (가)는 정부, (나)는 시민사회, (다)는 개인에 의해 실현되는 공공성을 보여준다.

제시문들은 공공성이 실현되는 장소에 따라 구분된다. 정부는 공적 영역에 여러 가지 공공사업을 함으로써 공공성을 실현한다. 반면, 개인은 오직 사적 영역에만 개입함으로 정부와는 차이를 보인다. 즉, 개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행위를 통해 공공성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시민사회이다. 원래는 사적 영역이나 공론장에서 정부와 맞서 공공성을 스스로 실현하기 위한 것은 공적 영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실현하는 방법도 차이점 중 하나이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성을 바탕으로 하는 대신, 개인은 이성보다는 주관적인 감정, 즉 쾌락이나 고통을 통해 공공성을 실현한다. 정부는 이성으로써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는 무리들을 통제하였다. 또한 시민사회는 정부의 권위에 맞서 이성을 이용해 공적인 토론을 하여 공공성을 실현해 나갔다. 개인은 개인의 행위를 통해 행복을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기쁨 등 좋은 감정을 얻음으로써 공공성을 실현하였다.

공공성 실현의 범위 또한 차이를 보여준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등 포괄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공성을 실현한다. 이와는 달리, 개인은 오직 개인의 이익, 즉 이해관계에 얽힌 범위내에서만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제시문 (가), (나), (다)는 정부, 시민사회, 개인에서 비롯되는 차이로부터 공공성 실현의 주체가 구별된다. / 청원고 교사

kjhkjh88@hanmail.net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