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의 뇌물수수 등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운신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여권의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되어 당으로부터 자진사퇴압력까지 받고 있고, 여기에다 헌정사상 초유로 국회의장이 검찰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선 지자체 단체장들의 직권 남용과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도 도를 넘어섰다.

감사원이 7일 정권 말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회계비리·근무태만을 집중 점검한 결과 38건의 부당 사례를 적발했음이 밝혀졌다.

적발된 사례를 살펴보면 공무원이 과연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관이다.

보건진료소의 보건진료원은 진료소 법인카드를 며느리에게 건넸고, 며느리는 나랏돈 3천7백만 원을 생활비로 물 쓰듯 썼다. 이것도 모자라 법인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후 결제하는 수법으로 870만원을 횡령까지 했다.

업무추진비를 가지고 상품권을 구입한 지자체도 7곳이나 적발됐다.

이들은 시 군 구의원들에게 줄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입했고, 그것도 모자라 부구청장과 과장급 이상 간부까지 사이좋게 상품권을 나눠 가졌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통째로 맡긴 격이다.

유흥업소에서 도우미까지 불러 마신 술값을 과장과 팀장이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가 적발된 지자체도 있었다. 폐업한 음식점에서 식사한 것처럼 영수증을 받아다 허위로 지급결의서도 꾸몄다.

지난해에는 수십여 명에 달하는 공직자들이 근무시간에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수년간 씩 도박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상당수가 5급 이상 간부직급 공직자들이었고, 일부 고위직 공무원은 법인카드로 현금할인을 받아 이를 게임비로 충당해 쓰기까지 했다.

최근 지자체에서 법인카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방안'을 수립해 지자체에 시달한 이후부터다. 지자체도 법인카드를 사용할 경우 1%를 세입으로 잡을 수 있으니 이를 선호한다.

법인카드는 업무추진비와 통신료, 우편료, 식비 등만 결제하고 레저시설, 유흥업소 등은 아예 결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투명할 것 같은 법인카드 역시 마음만 먹으면 편법을 부릴 수 있는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밤 10시가 넘으면 사용할 수 없는 카드를 이틀로 분할해 계산하거나 금액을 부풀린 뒤에 나머지 돈을 챙기는 파렴치한 공무원들도 있다고 한다.

법인카드 사용기준을 아무리 엄격하게 규정했어도 악용할 소지는 여전히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은 사용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공직자의 기강이 흐트러지면 비리로 연결되고 이는 국민의 혈세낭비로 이어진다. 정권 말기에 공직기강이 무너지니 나랏돈만 줄줄 세고 있다.

서민들은 더 이상 조를 허리도 없어 이제는 끊어질 지경인데 직권남용과 무너진 공직해이를 바라보노라니 화병까지 도질 판국이다.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주민을 위한 행정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위정자들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질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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