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사투리를 말하다] ① 왜 사투리인가

<충북 사투리를 말하다>

① 왜 사투리인가
② 문학속의 충북 사투리
③ 청주 사투리 특징
④ 옥천 사투리 특징
⑤ 전문가 제언

사투리는 살아있는 문화재다. 수천년간 이어져온 그 지역민들의 삶과 사고방식, 애환과 정서, 문화와 전통이 그 속에 다 녹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표준어와 외래어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사투리는 그 지역의 표준어로서, 지역민들이 알고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중요한 문화유산 중 하나다.

이에 중부매일은 '2012충북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사라져가는 충북의 방언의 불씨를 되살려보고 충북 방언의 주요 특징과 의미, 문학작품속의 충북방언을 찾아본다. / 편집자

"개혀?", "안혀", "밥 줄껴?" "그랴", "어뗘?" "좋슈"

충북 사투리의 미학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언어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다. 지역의 방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지역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길이 된다. 방언은 그 방언이 사용되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속에서 발전해온 국어의 하위분화체이기 때문이다.

▶사투리는 지방 표준어= 사투리 하면 촌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사투리는 그 지방의 표준어다. 그 지역사람들에 의해 오랜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언어로서 표준어보다 강력한 전달효과를 가지며 그 지역의 정체성인 동시에 지역민들의 자긍심이다.

앞서 제시한 "그랴", "어뗘" 등의 말들은 충북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말들인데 어미 하나하나, 어투와 어감 하나하나에 충북사람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느리게 사는 안빈낙도의 삶, 넉넉한 인심과 정(情), 낙천적인 사고관이 사투리 속에 녹아있다. 사투리는 그 지역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재산이자 척도다.

충북은 국토의 한 중앙에 위치한 내륙도로서 4개의 도와 인접해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 등 인접지역 방언의 영향을 두루 받은 점도 특징이다. 그동안 충북방언연구가 소홀했던만큼 방언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더 중요한 작업이 된다.

세명대 박경래 교수는 "사투리는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이루는 또 하나의 유전자로, 사투리가 부각되면 그 지역민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되고, 언어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며 "사라져가는 방언을 제대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풍부한 언어생활과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사투리는 '-여', '-야'가 특징= 충청도 사투리로 자주 등장하는 '했시유', '그랬씨유' 등 끝을 길게 늘리는 '-유'는 충북사투리라기보다는 충남사투리다. 충북사투리는 충남에 비해 말이 느리지 않고 억양이 좀더 강하다.

충북 사투리의 특징은 어미 끝에 '-여'나 '-야'를 붙이는 것이다. '밥 먹은 겨?', '자는 겨?', '어디여?'(어디야?), '그랴·그려'(그래), '먹을겨?'(먹을거야?), '얼른 햐~(얼른 해)', '할랴?'(할래) 등이 바로 충북의 사투리다.
종결어미로는 '해체'와 '해요체'를 많이 쓰는데 '해요체'는 '해유'(예:먹어유)로, '해체'는 '-야'(예:그만 햐)로 주로 나타난다. '하-'가 '해체'의 어미 '-어'와 결합돼 '-햐'로 나타나는 점도 충북사투리의 특징. '뭘해?'가 '뭘햐?'로, '왜그래'는 '왜그랴'로 변형되는 게 그 예다.

어미에 '-여', '-야'를 쓴다 하더라도 충북 내부에서도 인접지역에 따라 어휘사용이 조금씩 다르다. '아니다'를 예로 들면, 청주는 '아니랴', 제천·단양의 경우는 '아니래요'로, 옥천·영동은 '아니여'로 쓰며 경상도에서는 '안대'로 사용한다.

또, 충북사투리는 언어의 함축과 축약의 절정을 보여준다. '개혀?'는 '개고기 먹을 줄 아느냐?'를 두 글자로 간략히 표현했고, '줄거야'는 '줄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어뗘' 등으로 간략하다, '저 콩깍지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는 '깐겨, 안 깐겨?'로, '저와 함께 춤을 추시겠습니까?'는 '출껴?' 등 긴 말이 필요없다. ㅁ, ㅂ,ㅍ뒤에 이중모음 'ㅕ'가 오면 'ㅔ'로 단모음화해 벼락→베락, 멸치→멜치, 몇→멫, 편하다→펜하다 등으로 쓰며, 예기치못한 상황에서 쓰는 감탄사 '얼레(얼라, 얼레레)'도 충북 사투리다. / 김미정

〈 취재후기 〉타 지역보다 크게 뒤쳐진 방언연구

이번 기획물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충북의 방언 연구가 타지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자료수집을 위해 청주시내 큰 도서관 4곳을 찾아다녔지만 충북방언을 다룬 책이 정말 없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했다. 충북지역에 소재한 도서관인데도 불구하고 책장에는 충북 방언 책보다 타 지역 책들이 더 가득 꽂혀있는 현실을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니 씁쓸했다. 군지(郡誌)에서 몇 페이지 분량으로 다루는 게 전부였고, 그마저도 없는 곳이 더 많았다.

충북방언 연구자가 세명대 박경래 교수가 유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경래 교수는 30년째 충북방언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충북내에서는 관심조차 없단다. 방언연구는 단순히 연구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정체성,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애향심과 연결되기 때문에 소홀히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 충북 방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기록사업, 교육사업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소멸 위기에 놓인 방언, 장차 '방언 인간문화재'가 지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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