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변종만]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보름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정을 나누는 세시풍속이 많다. 정월 열나흘인 작은보름도 사실상 대보름과 같이 여겨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이웃과 나누어 먹는 등 많은 풍속이 전해온다.

작은보름이었던 지난 2월 5일이 마침 일요일이라 고향의 행사에 참석하기 좋았다. 고향의 여러 마을에서 척사대회가 열렸고 우리 마을은 풍물놀이로 보름맞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고향 '소래울'.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의 옛 지명인데 소래울은 좁은 골짜기로 해석되고, 마을이 안쪽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 '안골'로도 불린다. 디지털청주문화대전에 의하면 '안골'은 안(內)과 골(谷)이 결합한 이름으로 '내곡'은 '안골'이 한자화한 지명이다.



소래울은 낮은 산등성이를 경계로 큰소래울과 작은소래울로 나뉜다. 그중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옛 모습 그대로 4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소래울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들판 끝과 마을 앞으로 중부고속도로와 충북선 철도가 지나고, 마을 뒤편으로 자동차전용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고향의 착한 사람들은 본인들의 편리성과는 무관한 도로와 철도 때문에 속상한 일 많아도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는다. 큰소래울은 시골이지만 70여년 역사의 내곡초등학교, 강서2동사무소, 서청주농협내곡지소가 위치해 이곳 사람들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다른 마을에서 척사대회가 열리는 날 고향 마을에서 풍물놀이를 하는데 이유가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청주시에 위치하지만 시내 변두리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농촌에서 힘든 일을 할 때 서로 협동하며 일의 능률을 올리고, 명절 때 같이 어울리며 흥을 돋우기 위해 풍물을 연주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풍물을 보고 들으면서 커와 풍물놀이에 익숙하다. 우리 마을의 풍물놀이와 두레가 전국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충북공고 풍물반이 2007년 10월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 공원에서 열린 제14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청주 소래울 풍장'으로 금상, 2009년9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제16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청주 소래울 두레놀이'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청주 소래울 두레놀이'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재현하고 전통문화를 전승한 탁월한 민속예술이라고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시간이 되자 고향 떠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모리미를 섞은 통막걸리에 미꾸라지 안주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전한 후 풍물놀이가 시작되었다. 저절로 흥이 나는데 장단이 뭐 그리 중요한가. 고향에 오는 게 그냥 좋고, 고향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그냥 즐거우면 된다. 그냥 여러 사람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며 어깨춤을 춘다. 풍물소리가 들리면 먹을거리가 등장하는 게 고향의 인심이다. 푸근한 인심에 흥이 겨우면 철부지로 돌아가 나이 먹은 것도 잊는다.

고향은 마음을 연결해 주는 끈이다. 제 살길 바쁜 세상 이런 날 아니면 얼굴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풍물놀이를 하며 선후배가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부모가 없는 고향은 늘 반쪽이다. 홀로 자식을 키우셨던 우리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5년째다. 고향에서의 풍물놀이가 엄마가 없어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줬다. 일찍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셀까봐 쏟아지는 잠을 참느라 고생했던 어린 시절의 작은보름도 생각했다.

내 고향 작은소래울의 신명나는 풍물놀이를 사진으로 감상해보자.

http://blog.daum.net/man1004/1790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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