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평- 강석범 미술협회 부회장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K-pop'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 K-pop 가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피켓을 들고 파리 에펠탑 광장을 가득 메운 유럽 젊은이들의 모습을 뉴스나 각종 방송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하게 된다.

심지어 유럽을 떠나 남미, 아프리카에서까지 K-pop의 인기는 점점 더 그 열기를 더해간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통령이 터키·중동 방문 시, K-pop 남자가수 한 명과 동행해, 그 나라 젊은이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일화도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정도면 단순한 한류 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정확히 10년 전,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오늘날 K-pop 현상과 견줄 만 한 비슷함을 직접 체험했다.

여러분은 2002년 6월을 기억하는가? 그해 여름을 직접 느낀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2002년의 그 뜨거웠던 여름을 고스란히 기억할 것이다.

필자는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오~필승 코리아'를 유럽에서 아주 뜨겁게 체험했던 기억이 있다.

월드컵이 끝나고 7월, 몇몇 대학생 제자들과 배낭을 꾸려 약 1개월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떠났다. 각자의 배낭 속에 붉은악마 티셔츠 몇 장씩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 당시, 우리나라 무역순위는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 인지도는 무역대국 순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는 일어, 중국어 안내책자는 있어도 우리나라 안내책자는 한군데도 없었다. 그러나 2002년 그해 여름 우리일행은 붉은악마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유럽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넘버원 코리아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축구공 하나와 붉은 물결로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킨 KOREA, 이번엔 젊은 가수들이 우리노래로 pop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세계 곳곳에 대한민국을 크게 심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빌보드가 'K-pop 차트'를 신설하고, 동영상 사이트U-Tube에 올라온 K-pop 동영상 조회건수는 단 하루만에도 수십만 건씩 클릭 되고 있을 정도로 그 관심이 뜨겁다. 혹자는 K-pop이란 명칭에서 보듯 K-pop은 우리 것이 아니고 국적불명의 노래라고 다소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것이란 진정 무엇인가? 꼭 판소리나 무슨 타령 여야만 우리 것인가? 2002년 월드컵이, 붉은악마가, 박지성선수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그리고 K-pop가수들 한명 한명 이야말로 분명 자랑스러워 할 우리 것 중의 하나가 아닌가? 그들이 세계 방방곡곡에 대한민국을 심고, 그들을 통해 세계가 우리를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하자. 우리나라 유적지 소개 책자를 들고 지방 소도시에서 길을 찾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상상해보자. 분명 즐거운 상상이다.

필자는 소위 K-pop가수들의 면면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다음 여행을위해서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의 노래 한 두 소절쯤은 부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