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고소는 내가 제일 잘한다. 센 놈하고 붙다 보면 레벨이 높아진다."

자칭 '고소의 달인'이라는 강용석 국회의원이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서 내뱉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강 의원은 '센 놈' 만 물고 늘어진다. 안철수 교수는 국세청에 증여세 포탈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했고, 박원순 시장은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줄기차게 거론했다.

무 대응으로 일관하던 박원순 시장이 정면대응에 나서고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강 의원은 지난달 22일 약속대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 사흘만인 25일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박 시장의 용서발언에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 출마도 국가를 위해 지역민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박원순 시장 때문에 출마한다는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그의 이런 출마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은 한마디로 기가 막힌 표정들이다.

"박원순 시장이 응징했어야 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그를 정면 비판하는 사람들에서부터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 때 이미 독특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독특함을 넘어선 인물", "용서를 겸허히 받을 줄 모르면서 또 출마라니", "뇌 구조가 궁금하다"며 대체로 황당해했다고 한 언론은 그의 지역구인 마포구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대 졸업, 하버드대학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제18대 국회의원이자 법률 사무소 변호사.

겉으로 드러난 강용석 의원의 면면은 전형적인 엘리트의 모습 그 자체다.

그러나 그의 행각은 엘리트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가 되려면 뭐든지 다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아나운서협회로부터 집단모욕죄로 고소당했고, 결국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으로부터 출당 조치를 당했다.

고소의 달인이 고소의 부메랑을 맞은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개그맨 최효종을 정치인 집단모욕죄로 고소했고, 안철수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파상공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고 한 네티즌은 강 의원을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애정결핍증 환자'로 비유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은 "서민들은 하루 벌어 먹고살기도 힘든 판국에 국회의원이 본연의 일은 하지 않고 쓸데없이 남의 약점이나 캐러 다닌다."면서 그의 한심한 작태를 개탄했다.

강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사퇴서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관계라는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마포 을에 한나라당이 후보를 공천할 경우 이민 갈 각오로 BBK의 모든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강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팟캐스트 <저격수다> 공개방송에 출연해 "저격수가 쏘다 보면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저격수(스나이퍼)의 철칙은 한 번 쏘면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생각 없이 여기저기 쏴대는 건 저격수가 아니라 총기난사범"이라고 비난했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꼭 필요한 사람, 둘째는 있으나 마나한 사람, 셋째는 없는 편이 나은 사람이다. 고소·고발이라는 노이즈 마케팅을 활용해 자신만 부각시키려는 강 의원의 역할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혹여 이 글을 읽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한다면 불감청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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