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지 백일된 조카의 선물을 마련하려고 옷가게에 들렸다.
 옷은 한결같이 분홍색과 파란색뿐이었다.
 시원해 보이는 파란색을 골라 포장을 부탁했다.
 『아드님인가 보네요』,『아닙니다 여자 애기예요』그러자 주인은 『그럼 분홍색으로 사셔야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고정관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여자아이는 분홍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도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많은 고정관념 중의 하나일텐데 그렇다면 여자라고 해서 분홍색 옷을 입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라는 대답이 있을뿐이다.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 옷의 색깔까지도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렸을때부터 강화되고 내면화된다.
 여자아이는 얌전해야 하고 조용해야 한다.
 반면 남자아이는 씩씩해야 하고 쉽게 울면 안된다.
 남자라는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무수히 많이 듣게 되는 이러한 메시지는 한 인간이 가진 본래의 품성과는 상관없이 한 인간을 정형화된 틀속에 가두워 버린다.
 즉 여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많은 잠재능력을 키워보지도 못하고 혹은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조차도 모른채 세상을 살아간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자들도 주부라는 타이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남자는 남자대로 가족 부양의 막대한 책임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간다.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안되기 때문에 괴로움이나 슬픔도 술 한잔에 삼켜 버려야 한다.
 이렇게 몸은 긴장되고 피로감이 극에 달했지만 속내를 털어 놓을수가 없으니 안으로 쌓여 버린 감정의 찌꺼기가 각종 성인병을 만들게 된다.
 남자들이 40대에 주로 경험하게 되는 고혈압이나 위궤양등은 이런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병이다.
 여자들 역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의 약자로 살아가다보니 우울증이나 신체형 장애를호소하게 된다.
 다행히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남자도 귀걸이를 하고 미용사라는 직업을 과감히 선택하기도 한다.
 여자도 건축일과 같은 남자 일에 도전한다.
 이처럼 사회가 정해놓은 고정관념의 틀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가는이들은 진정 용기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관습이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이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우리들 의원 원장 유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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