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몇년새 폭발적 증가속 교통사고 노출… 市, 밝은색 조끼 보급

차량통행이 많은 아침 출근시간, 버스터미널 주변 대로변에서 남루한 행색의 한 할머니가 오가는 차량들 사이에서 손수레를 끌고 위태위태하게 지나가고 있다.

할머니는 지나가는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땅바닥만을 쳐다보며 종이상자를 접어 손수레에 담고 또 담는다.

이렇게 오전 내내 폐지를 주워 모은 할머니는 점심때가 다 돼서야 근처에 있는 단골 고물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수레 무게를 빼고 20㎏이다. 할머니 손에는 천원짜리 두어장과 백원짜리 너댓개가 주어졌다.

서산시 동문동에 있는 이 고물상에는 날마다 폐지며 빈병, 고철을 손수레에 실어 나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20여명 정도 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에 속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부양의무자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아들이나 딸 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최근 몇 년새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1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가구 100가구 중 47가구는 이미 빈곤가구다.

5년 넘게 폐지를 줍고 있다는 김모(77) 할머니는 "집에 있어봐야 몸만 아프고 돈 들어올 구석도 없고 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이 나온다"며 "요즘은 폐지 줍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그나마 더 신통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손수레에 안전표시등이나 깃발을 달거나 밝은 색의 조끼를 보급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중"이라며 "노인층의 빈곤이 심화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희득 /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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