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해병대전우회 단양군지회

'귀신잡는 해병대'가 관광객·군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해병대전우회 단양군지회(회장 변영근)는 4계절 맞춤형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다. 관광도시를 표방하는 단양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축제, 체육행사가 이어진다.

날씨가 추운 데다 눈까지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도로가 얼어붙기 십상이다. 여름에는 갑자기 불어난 강물때문에, 안전수칙을 지키지않은 물놀이 때문에 사고도 빈번하다.

이같은 단양의 일상에는 언제나 제복을 입은 사나이들이 있다.



해병대전우회원들은 한달에 한차례, 부강아파트 상가에 있는 사무실에 모인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부터, 80세를 바라보는 어르신까지 있다.

성기찬(75) 어르신은 헌병 병과 출신으로 교통정리에 단연 으뜸이다. 중장비 운전을 하는 우정국(33) 회원은 모임의 막내다.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선배들과 만나는 장소에 가급적 빠지지 않는다.

매월 계획된 봉사활동에 대해 상의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 자리지만 50명 회원 가운데 30명은 꾸준히 참석한다.

완연한 봄기운이 돌면서 갖가지 행사가 예고됐다. 4월 4일 23회를 맞는 충북도지사기 중부매일 마라톤대회가 펼쳐진다. 5월에는 단양지역 최대의 행사로 자리잡은 소백산 철쭉제가 1주일 이상 계속된다.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축제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피곤한 줄도 모르고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

각 코스별로 10명 정도 배치되지만 하루에 식사정도 제공받는 것이 고작이다. 과거에는 식비를 받았으나 변 회장이 취임한 뒤 식권으로 받아 끼니만 해결한다고 한다.



6월 여름철에는 단양군 재난안전과와 함께 수난안전센터를 운영한다. 영춘면 오사리부터 남한강이 흘러가는 전 지역을 순찰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특히 물살이 빠르거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수난사고 취약지점으로 특별관리하고 안전장비를 갖춘 채 대기한다.

가을에는 온달문화축제가 대표적 행사다.

온달장군 승전행렬 등 도로에서 이뤄지는 행사에는 경찰과 함께 회원들이 출동한다.

변 회장은 "큰 행사를 포함해서 매월 2-3회 봉사활동을 하는 것 같다"면서 "직장인들이 많아서 15-20명 정도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회원들은 여름철 3-4회 수중정화활동에도 나선다.

단양팔경 중 제1경인 도담삼봉을 비롯해 남한강 곳곳에서 폐그물을 건지고 주변 쓰레기를 줍는다.

익사자의 주검을 찾아내는 것도 회원들의 몫이다. 보통 익사사고가 발생하면 119구조대와 함께 출동한다.남한강 수심이 10미터 이상인 데다 흙탕물일 경우가 많아 육안으로는 찾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더듬어가면서 찾아낸다.

대부분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가졌지만 체력단련과 새로운 기술 전수를 위해서는 1년에 한차례 경북 울진군 죽변항에서 단체교육을 실시한다.

현역시절 배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훈련하지않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병대전우회 단양군지회에는 유명 인사들이 많다.

한쪽 팔이 없는 불편한 몸으로 교통안전을 책임져온 이성춘(70) 회원, 옷이 맞는게 없을 정도의 체격이지만 한여름에도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박한규(73) 회원이 있다.

이성춘 회원은 몇달전 뇌종양 진단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느라 봉사활동은 쉬는 상태다.

박한규 회원은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맙다고 인사할 때, 교통지도하는 회원들에게 중고생들이 가끔 아이스크림을 전해줄 때 행복을 느낀다"면서 "건강한 몸으로 도로에 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부자지간 해병도 있다.

단양경찰서 매포지구대에 근무하는 김성배(55) 회원과 취업준비중인 김종호(28) 회원.아버지는 1977년 입대해 333기, 아들은 2005년 입대해서 1001기라고 한다.

김성배 회원은 "어릴때 해병대 모임에 아들이 꼭 따라다녔다"면서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해병대와 인연을 맺었는데 결국 자원 입대했다"고 말했다.

해병대전우회 단양군지회는 올해 큰 사업을 계획중이다.

5월20일 충북 해병대전우회원 모두 참가하는 체육대회가 대강면 체육공원에서 열린다.

일부 예산은 자치단체에서 지원하지만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단양을 찾는 전우들에게 음식, 기념품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수중정화사업 충북도대회도 계획중이다.도내에서 수중정화작업이나 사체인양이 가능한 지회는 단양과 충주 정도다.

전역자 가운데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이 많지않은 데다 남한강이 흐른다는 특성 때문이다.

변영근 회장은 "5일장이 서는 날을 비롯해 단양에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저희 회원들이 달려나간다"며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도 대두되면서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환 / 단양

bhlee@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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