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1박2일 템플스테이 체험해보니…

복잡다단하고 고단한 일상, 열심히 달려도 늘 제자리인 인생, 미소보다 한숨이 먼저 나오는 현대인들. 이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최근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따뜻한 녹차 한 잔 같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과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 보은 법주사의 템플스테이를 본지 이지효 기자와 김미정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 편집자

▲ 본지 이지효(왼쪽)·김미정(오른쪽)기자와 송탁스님

3월의 마지막날 법주사. 2006년부터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법주사 능인문화원은 지난해에만 3천700여명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 매년 늘어 초등생부터 81세 노인까지 전국 각지 남녀노소가 찾았다. 산사에서 조용히 머물면서 느림과 비움, 나눔을 배우기 위해서다.

"내가 고통스럽고 내가 번뇌를 겪는 것은 '나'와 내 안의 '나'가 부딪쳐서에요.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내 내부를 봐야죠. 사찰에서는 묵언수행을 하는데 말을 줄이고 내 안의 소리를 들어보세요."(송탁스님)

능인문화원 10년차 연구교수 송탁스님(여)은 맑은 미소와 따뜻한 녹차로 첫 만남을 맞아주셨다. 이날 템플스테이에는 서울, 인천, 논산, 청주 등에서 온 30대 남녀 7명이 참여했다. 서로 마음을 풀어놓는 시간을 가진뒤 송탁스님으로부터 절하는 방법, 합장, 참선의 자세와 호흡법 등 기본예절에 대해 배웠다.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각기관을 통제한다는 의미에요. 합장을 할 때 한 손은 이성, 한 손은 감성을 뜻하는데 내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해서 만나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절은 종교가 아닌 상대에 대한 예절, 예법입니다."(송탁스님)

오후 3시20분 속리산 수정봉 산행(포행)을 시작했다. 바람소리, 새소리, 풀소리 그리고 마음속 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40분을 올랐을까. 수정봉(540m) 정상에 오르니 탁 트인 절벽 아래로 법주사가 내려다 보였다. 높은 곳에 오르니 작은 세상에서 왜 그리 아둥바둥 사는지 생각이 밀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는 2인1조로 한 명은 눈을 가리고 한 명은 말을 않고 서로 의지해 산을 내려오는 체험 등을 했다.

"일상적인 것,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는데 이렇게 눈 뜨고 있고 말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또, 어려울 때 내옆의 사람이 힘이 된다는 것도요."(이지연·가명·34·여)



오후 5시30분 저녁공양(供養). 방풍나물, 무생채, 두부부침 등 조미료를 넣지 않은 식단이 나왔다. 공양은 작은 음식물 찌꺼기도 소홀히하지 않는 감사와 청결의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오후 6시28분 스님들의 법고가 10분간 진행됐다. 이어 종(鐘)이 28번 울린뒤 저녁예불(30분간)이 시작됐다. 어둠이 깔린 저녁 7시15분 능인문화원 원장이자 불교심리학 교수인 각성스님의 특강이 이어졌다. 주제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여러분 행복해요?", "행복하지요?"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대답도 달라지죠? 행복은 느낌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의외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은데 자기존중감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감사함도 부족하고. 우리는 자기식대로 주관적으로 살지만 평가는 객관적이에요. '차이'를 수용해야 해요."



그의 대답은, 행복하고 싶다면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면서 자기 자신을 먼저 존중하라였다. 저녁 8시50분 특강의 연장선상에서 자기존중감을 갖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묵주팔찌의 구술을 꿰어가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주변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하나하나 엮었다. 자정 12시 취침.

4월의 첫날은 새벽 4시30분에 시작됐다. 산사의 아침햇살은 유난히 맑고 빛났다. 새벽 5시10분 아침명상에서는 조건없는 부모의 은혜를 아로새겼고, 요가명상에서는 호흡법을 통해 온갖 관념을 버리는 연습을 했다.

새벽 6시 아침공양뒤 7시30분부터 1시간동안 다담(茶啖)시간. 각성스님과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나눴다. 향긋한 차향처럼 몸과 마음도 향긋해졌다.

"우리는 장미꽃 같은 미래를 희망하고 딱새가족 같은 행복을 원하지만 삶은 감꽃처럼 떫기도 하고 선인장꽃처럼 고단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더 많은 것을 바라고 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길 바라죠. 진정한 행복은 지금, 여기의 삶에서 비롯됩니다. 때때로 갈등과 아픔이 있더라도 꽃향기 가진 당신에게 꽃잎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겁니다."(각성스님)

오전 8시30분 똑같은 문양의 연꽃이 밑그림된 종이 한 장과 똑같은 색의 물감, 붓이 주어졌다. 마음 가는대로 그림을 완성해 현재의 마음상태를 진단하는 시간이었다.



"똑같은 물감과 문양을 줬는데도 완성된 그림은 사람마다 다 다르죠? 색이 엷은 사람은 자기결정력이 약한 사람, 색감이 어둡고 복잡하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바깥부터 그리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각성스님)

"마음이 복잡하고 괴로우니까 템플스테이에 오는 거잖아요. 이번이 두번째인데 마음이 다 치유된 건 아니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원인을 찾았고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얻었어요."(참가자 이세연·가명·33·여)

오전 11시 신라시대 처음 법등을 밝힌 법주사 역사기행, 낮 12시30분 회향했다. 1박2일 템플스테이를 마치니 외롭고 차가운 선인장 같던 마음이 따뜻해졌다. 글·사진 / 김미정


■ 충청권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명 소재지 전화번호
갑사 충남 공주시 041-857-8981
구인사 충북 단양군 043-423-7100
마곡사 충남 공주시 041-841-6221
반야사 충북 영동군 043-742-4199
법주사 충북 보은군 043-543-3615
부석사 충남 서산시 041-662-3824
서광사 충남 서산시 041-664-2001
석종사 충북 충주시 043-854-4505
수덕사 충남 예산군 041-337-0173
영평사 충남 공주시 041-854-1854
전통불교문화원 충남 공주시 041-841-5050
지장정사 충남 논산시 041-733-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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