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자연의 소리를 허하라" 청주시에 청원서

"오늘 청주시에 청원서를 하나 냈습니다. 무심천, 명암저수지, 김수녕 양궁장에 거의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는 음악을 중단해달라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3월 8일 청주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서문이다. 자신을 오원근(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이라고 밝힌 주인공은 법무법인 청주로에서 활동하는 오원근 변호사. 2007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그만두고 2010년 고향 청주로 내려왔다.

오 변호사는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기호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음악 방송을 듣도록 강요하는 것은 정서(精緖) 독재"라며 "자연하천인 무심천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뽕짝이 흐르는 무심천(?) = "나는 요즘 무심천 가는 게 두렵습니다. 새벽에 물안개를 보려고 갔다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에 놀라 서둘러 무심천을 빠져나온 것이 여러 번입니다."

오 변호사는 "원하지 않는 음악소음을 들을 때마다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거부감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심천을 대신할 산책 장소로 명암저수지를 선택했지만 그곳에서도 김수녕양궁장에서도 스피커 음악은 예외 없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무심천과 명암저수지, 김수녕양궁장에 설치된 스피커와 음악 선곡 기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 28일 결정통지를 받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무심천 흥덕대교에서 장평교까지 6.5km에 걸쳐 설치된 스피커는 모두 90개로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음악방송과 라디오방송, 시정뉴스, 청주시민의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음악 선곡은 최신가요와 팝송, 클래식 등 3개 장르를 중심으로 방송하고 분기별로 추억의 가요와 트로트 등 장르를 바꿔 방송한다. 불특정 다수 이용객들의 요구에 따라 선곡을 하고 있다는 것이 청주시의 답변이었다.

명암저수지 둘레를 따라 설치한 스피커와 김수녕양궁장 잔디밭 둘레를 따라 설치된 스피커도 상황은 비슷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운영되는 이들 스피커는 3개 지역에서 모두 182개에 달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청주시와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달 오 변호사의 청원에 대해 회신을 보냈다. 청주시 수질관리과는 지난달 20일 무심천변 자전거도로와 명암유원지 산책로는 시민(불특정 다수인)들이 이용하는 여가생활공간으로써 산책이나 운동 시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장르별 음악방송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04, 2006, 2007년) 및 2011년 만족도 조사(수질관리과), 2012년 표본조사 100명(공원녹지과) 결과 대다수 시민들이 현행 음악방송 운영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MP3 및 휴대용 음악기기 사용 시 자전거 교행으로 인해 시민들과 사고위험이 있어 휴대기기 사용보다 방송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음악방송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도 지난달 22일 회신을 통해 음악방송 지속 운영 계획을 밝혔다.

오 변호사는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이념임을 천명하고 있는 거죠.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자유와 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헌법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구성원의 자유와 개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획일성을 강요하는 것은 독재입니다."

다수의 선택은 항상 옳은 것일까. 민주주의의 상수인 다수와 법치 속에서 "무심천에 자연의 소리를 허하라"는 주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 김정미

구 분 무심천 명암저수지 김수녕양궁장
설치시기 2005년 11월, 2007년 3월 2009년 4월 2006년 10월
설치구간 흥덕대교~장평교 6.5km 명암유원지 산책로변 1.3km 트랙 및 단상
설치개수 90개 78개 14개
운영시간 06:00~22:00(16시간) 06:00~22:00(16시간) 06:00~22:00(16시간)
운영방법 음악·라디오방송, 시정뉴스 음악·라디오방송, 시정뉴스 라디오방송, 시정뉴스
소요예산 456만원 336만원 8천350만원(양궁장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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