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억 달러짜리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배틀쉽'이 11일 국내 개봉 이래 극장가를 초토화하고 있다. 14일까지 관객 94만1024명을 모아 개봉 5일만인 15일 100만명을 훌쩍 넘길 태세다.

동시에 네티즌 사이에 친일 시비가 불붙고 있다.

'배틀쉽'은 각국 해군들이 한 데 모여 훈련하는 림팩 다국적 해상훈련 첫날, 태평양 한복판에서 출몰한 외계인에 맞서는 미국 해군 장병들의 이야기다. 함장과 부함장이 모두 전사하면서 졸지에 함장에 오른 사고뭉치 대위 '알렉스 하퍼'(테일러 키치)가 부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감춰져 있던 천부적 재능을 발휘해 역경을 헤쳐 나간다는 내용이다.

일부 네티즌이 비판하는 것은 영화 속 곳곳에 등장하는 일본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우대다.

먼저, 림팩 훈련에 참가한 각국 해군 중 외계인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미 해군과 더불어 일본 해상 자위대라는 설정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외계인이 하와이 오하우 섬을 주변으로 결계를 쳤는데 하필이면 미 해군의 주력 함대와 여타 국가 해군 함정은 모두 바깥에 있었고, 안쪽에는 하퍼 대위가 탄 이지스 구축함과 하퍼 대위 형 '스톤 하퍼'(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지휘하는 이지스 구축함, '유기 나가타'(아사노 타다노부)가 지휘하는 일본 해자대 이지스 구축함 등 3척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퍼 대위가 결정적인 전투에서 '자신 보다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나가타에게 지휘권을 양보하고, 나가타가 펼친 절묘한 작전 덕분에 지구를 구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네티즌의 불만은 또 있다. '욱일승천기'의 잦은 등장이다.

욱일승천기는 일본 국기 '일장기'의 붉은 태양 문양 주위로 붉은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깃발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이 사용한 깃발로 군국주의의 상징과도 같다. 현재 일본 해자대가 사용하는 이 깃발은 태양의 위치가 과거의 한 가운데서 왼쪽으로 옮겨져 달라지기는 했으나 당시 한국·중국 등 피해국들에게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역사를 갖는다.

욱일승천기는 지난해 12월23일 MBC TV가 방송한 창사 50주년 특집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프롤로그 '세상 끝과의 만남' 편에서 남극의 일본 쇼와기지 월동대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욱일승천기를 내건 선박이 항해하는 모습, 일본인 대원이 욱일승천기를 흔드는 모습 등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비난을 샀다.

'배틀쉽'에서는 미 해군과 일본 해자대와의 축구 경기 장면, 림팩 훈련 개막식 장면, 일본 해자대 함정 등을 보여주면서 욱일승천기가 태평양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자주 출현한다. 반면 태극기는 게양대에 걸려 있는 것이 비쳐진 것이 전부였다.

또한, 지난 5일 한국 프로모션에 테일러 키치(31) 브루클린 데커(25) 피터 버그(38) 감독만 참석하고, 3일 일본 시사회에는 참석했던 리아나(24), 알렉산더 스카스가드(36) 등은 오지 않은 사실도 친일영화의 좋은 예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배틀쉽' 옹호 의견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것은 영화에서 미 해군의 퇴역군함 'USS 미주리'가 대미를 장식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전함은 1945년 9월2일 미국의 더글라스 맥아더(1880~1964) 장군이 일왕 히로히토로(1901~1989)부터 항복문서를 받은 장소였다. 일본으로서는 치욕적인 사연을 가진 배인 셈이다. 그 배 위에서 하퍼와 나가타는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나가타가 지휘를 하면서 1941년 12월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 오하우섬의 진주만을 습격할 때 써먹었던 부표를 이용한 전술을 얄팍한 꼼수라고 폄하하는 것 역시 일본인들로서는 불편할 수 있는 장면으로 꼽힌다.

소수지만 일본 해자대의 전력이 미국, 러시아, 영국에서 이어 세계 4위인 만큼 미국과 합동작전을 펼칠만한 자격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버그 감독은 한국에서 친일 시비가 일어날 것을 예상이라도 한듯 내한 당시 "아버지가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6·25에 참전한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나는 김치 중독증상이 있을만큼 김치 애호가"라고 한국과의 끈끈한 인연을 소개했다.

또 USS 미주리를 재활용해 미군과 일본군이 함께 외계인에게 대항하게 한 이유도 설명하며 오해를 풀기 위해 애썼다.

"자료 조사차 진주만에 방문했다가 미 해군함과 일본 해자대 군함이 나란히 정박해 있는 것을 보며 2차 세계 대전 때 적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이제는 아주 끈끈한 우방국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 이 같은 흥미로운 상황을 영화에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용서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적도 나중에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 변화라고 생각해 영화로 전달하려 했다."

버그 감독은 특히 "속편을 만들 수 있다면 한국의 해군장교로 이병헌을 캐스팅하고 싶다"며 "속편을 통해 한국의 문화도 간접적으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친한파'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친일 논란이 일기 시작한 와중에도 '배틀쉽'은 15일 오전 6시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예매율 43.4%을 기록, 2위 엄태웅(38) 한가인(30) 이제훈(28) 그룹 '미쓰에이' 수지(18)의 멜로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의 14.2%를 압도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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