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인간은 누구나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자신의 앞날을 알고 싶어 한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호기심은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도 예언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국내 무속인, 점술가를 비롯하여 역술인들이 학문적으로 의지하는 핵심은 주역(周易)이다. 그만큼 주역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살아온 석학과 선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위편삼절 (韋編三絶)의 고사를 남긴 공자와 퇴계 이황선생, 조선조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 임진왜란을 예언한 율곡선생,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화공지계를 알아챈 제갈공명의 지혜도 결국은 주역에서 비롯됐다.

우주나 인생살이가 끝없이 변화하면서도 개인이나 역사의 숙명을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기본논리 때문에 역술가들은 지금도 주역을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바이블로 활용한다.

그래서 입시나 선거철 등 나름대로 운명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그때마다 소문난 점술가와 무속인, 역술가들을 찾아 나선다.

막대한 자금을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경제인들이나,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살얼음판에 선 정치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과학으로서는 풀 수 없는 것이 예언의 세계이다. 그곳에는 예측 불가능한 현상들이 펼쳐진다.

김정일의 죽음을 맞추었다는 등 '화제의 사건을 적중시켰다'며 신문지상을 통해 무차별 광고를 일삼는 역술가들. 그러나 그들이 발간한 책을 통해서도 빗나간 예언 사례는 얼마든지 발견된다.

반면에 항심(恒心)을 가지고 바르게 사는 사람은 타고난 팔자가 드세도 반드시 이를 헤쳐 나가면서, 악운(惡運)도 비켜갈 수 있다고 역술가들은 말한다.

미래를 향한 구체적 노력도 없이 역술가들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삼국지의 마지막 대목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위(委)의 사마소는 촉(蜀)의 유선왕(유비의 아들)이 술과 여자타령으로 세월을 보낸다는 첩보를 듣고 총공격을 개시한다.

전방에 있던 촉의 강유는 즉시 성도로 상주문을 올려 구원을 요청한다. 그러나 유선은 간신배들의 말에 놀아나 나라의 길흉사를 점쟁이에 묻는다. 그리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괘가 나오자 강유의 급보도 무시한다.

결국 유선은 아버지인 유비현덕과 관우, 장비, 제갈공명 등이 목숨을 내걸고 지켜온 촉나라를 내팽개치고 위에 항복하고 만다.

꿈은 꾸는 자에게만 여명(黎明)이 밝아 온다. 미래도 준비하는 자에게만 다가온다고 했다.

모 단체장이 운세를 보고 복채를 내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엊그제 페이스북에 올랐다.

당사자는 "한두 번도 아니고 4번씩이나 해당 단체장의 사주를 봐드렸는데 아직까지 복채를 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북과 해당 단체장의 페이스북에 올리자 이를 본 페친들이 이런 저런 댓글을 달면서 단체장의 처세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단체장의 최측근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지우라는 전화까지 받았는데도 지우지 않고 있다"며 불쾌한 속내까지 드러냈다.

지역의 발전은 단체장이 어떻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자신의 비전은 물론 지역의 비전까지 제시해야 할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장이 사주를 본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 자체로서도 창피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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