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두꺼비]

모처럼 연극을 보러갔다. 길 건너 수곡동에 '새벽'이라는 작은 공연장을 언제고 가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사)예술공장 두레'의 '꽃필날이 있겠지'라는 연극을 보게 되었다.

아내 금희씨와 함께여서 연극에 몰입하기가 좋았다. 왜냐고? 젊은 시절 만난 남녀가 부부가 되고 직업적 가정적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보듬으며 헤쳐 나가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공장 두레'는 충북에서 아주 오래된 연극패다. 아마 80년대 초반부터 시작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생각나는 극으로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공해강산 좋을시구', '염쟁이 유씨' 등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마당극 등 빼어난 수작들을 공연해왔던 관록과 전통의 극패다.

새로운 극을 선보일 때마다 늘 빼놓지 않고 찾아보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예술공장 두레'의 작품 목록에 내가 보지 못했던 극들이 하나씩 늘어났다.

마당극이 점차 퇴조하는 분위기인지 이번 극은 연극-노래가 어울린 노래극이다. 여전히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은 수준급이다. 그 전부터 느낀거지만 두레 연기자들의 기본기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 아주 훌륭하다. 노래와 연극 등 연출과 진행도 아주 좋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용 자체는 단순했다. 김순임이라는 시인이 되고 싶은 여공과 허풍선이라는 건실한 청년이 만나서-고고장에서 만나는 설정은 80년대를 떠올리게 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사업실패와 사채에 채권추심까지, 가정은 어려워져도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해 줄게'라는 닭살멘트 날리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부부의 이야기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예술공장 두레'의 극을 안 보게 된 이유가 물론 모든 극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80년대의 운동성을 강요한다는 느낌이 남아 있어서였다고 생각된다. '꽃필 날이 있겠지'는 적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설정 자체가 8,90년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일부러 설정한 때문인지 아닌지 조차 불분명했다. 과거 이야기는 지금까지 80년대를 소재로한 내용이 많았지만 얼마전 '건축학개론'의 등장 이후 90년대 후반 IMF를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걸까?

난 참 재미있게 보았다. 한 시간 십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다. 뛰어난 연기력과 상황이 부부가 보기에 좋았다. 모처럼의 연극구경이 이리도 행복감을 느끼게 하다니. 그래 다시 '예술공장 두레'의 극을 보러 다녀야겠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 내는 우선순위에서 늘 미뤄두었던 바로 이 사람들이 여전히 나의 '문화생활'을 다시 기억나게 해주었다.

아참, 이 극은 부부가 함께 보면 좋겠다. 아이들은 잠시 어디 맡겨두고 '두레'에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늘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극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을만하지만, 적어도 '꽃필 날이 있겠지'는 15세 이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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