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초월 산사음악회 여는 '충북종교사랑방'

색소폰을 연주하는 스님, 트럼펫을 잡은 신부, 노래하는 목사 등 충북지역 종교인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신록과 봄꽃이 어우러지는 4월의 마지막 토요일, 충북지역 5대 종교 대표들로 구성된 '충북종교사랑방'(회장 곽동철 충주 문화동성당 주임신부)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증평 기원사에서 '제3회 산사음악회'를 열었다.

소통과 화합이 대세인 요즘,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등 5대 종교가 한 자리에 모여 스님, 목사, 신부, 교무, 전교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자리였다.

무대에 오른 종교인들만 20여명. 객석을 메운 200여명의 각 종교 신자들은 종교, 음악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날 색소폰으로 '잘 살거야'를 연주한 성파스님, 정허스님은 방송에도 여러차례 소개됐던 유명인이다.

"옛날에는 스님이 음악 한다는 건 꿈도 못 꿨는데 음악을 하고 있으면 서로 말이 없어도 통해요. 음악은 평화입니다."(성파스님)

피날레를 장식한 대전 금선사 법륜스님(여)은 지난해 '계룡산 연가' 음반을 낸 가수이자 '봉사하는 스님'으로 알려져있다. 가수답게 시원한 목소리와 프로다운 무대매너로 3번의 앵콜곡을 받는 등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1회부터 매년 행사에 함께하고 있는데 종교인이 모인다는 게, 특히 5개 종단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가 먼저 종교적으로 화합하면 세상도 더 아름다워질 거니까."(법륜스님)

이날 사회를 맡은 김태종 청주 삶터교회 목사는 4시간의 공연이 모두 끝나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뙤약볕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성적으로 진행했기 때문.



"다들 일정이 바빠서 연습은 부족했지만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종교사랑방의 산사음악회는 '꽃'이다! 요즘 봄꽃이 한창 피고 있는데 꽃이 피면 꽃을 즐기잖아요. 무대에 오른 종교인들이 꽃이 된 것 같아요."(김태종 목사)

이중섭 신부(오송성당 주임신부)는 트럼펫 연주, 도봉스님은 가요, 이근태 목사는 하모니카 연주, 시우스님은 '칠갑산' 노래, 혜철스님(옥천대성사 주지)과 김태종 목사는 듀엣 노래 를 들려줬고 청주생태교육연구소 '터'의 어린이 난타공연, 경기민요, 승무 등도 펼쳐졌다. 이날 장소를 내준 증평 기원사 주지 호산스님도 종교화합에 힘을 보탰다.

"종교가 서로 대립하면 그 자체가 지옥이에요. 종교인들이 하나가 되어야 평화가 옵니다. 오늘 자리는 작은 씨앗이지만 점점 싹을 틔워서 열매맺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호산스님)

이날 음악회를 주최한 '충북종교사랑방'은 연례적이고 형식적인 종교인 모임에 회의를 느껴 보다 친밀하고 소통하는 종교화합을 위해 2010년 결성됐다. 곽동철 신부는 3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종교의 뜻은 사랑입니다. 종교사랑방은 종교인으로서 사랑을 나누자는 뜻이에요. 우리가 할 일이 많아요. 앞으로 종교화합뿐 아니라 사회문제나 사회갈등 해결에도 참여할 겁니다."(곽동철 신부)

은은한 향기 나는 봄꽃처럼 충북 종교계가 갈등없이 항상 꽃향기를 풍기길 기대한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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