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두꺼비]

오늘은 자원봉사 하는 날이다. 원흥이방죽의 나무들이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서고 있다. 눈부신 태양과 싱그러운 바람으로 나뭇잎들은 잔치를 벌인다. 나뭇잎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수분의 증산작용을 더욱 활발하게 하고 연녹색 광합성을 마음놓고 하고자 하는 나무들끼리는 끝내 햇빛 경쟁에 돌입한다. 감춘다고 감춰질까. 저 화려한 만개의 지향을 화려한 자태를 최대한 꽃봉오리 속에 감추고 개화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오늘 속살 슬쩍 내보이며 아주 조금 꽃잎을 벌리기 시작했다.

숨죽이며 기다려온 연꽃의 봉오리는 서서히 열린다. 아! 꽃이 핀다. 이미 봄꽃의 향연은 오는 초여름과 뒤섞여 순서를 잊었다. 병꽃나무 폭발하는 향연의 뒤끝은 오히려 더 농염하여라.

여전히 수줍은 향기 그대로인데 계절은 이제 새로운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라 한다. 그래서 더 화사하게 꼿꼿이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어쩌면 아직 늦은 봄은 남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빈센트 반 고흐의 정원에는 언제나 붓꽃이 피어있었다. 빈센트가 작심하고 표현해 주기까지 파격적 보라의 화려함은 지나치는 수군거림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도도한 자태를 단 한번도 흐뜨린적 없이 하늘향해 주눅들지 않았더라. 그래서 난 붓꽃을 사랑한다.

빈센트가 그리려 했던 마지막 자존심처럼 찔레는 늘 우리곁에 있었다. 어린시절 찔레순 달달한 맛은 허기져 슬픈 어린시절 최고의 절친이 나눠주는 주전부리였다. 이내 화사한 장미과 다섯잎의 꽃잎이 피어나면 최대한 고운 자태로 오란 꽃술, 갈색꽃술 다투어 피는 몽롱함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는 붉은 핏방울처럼 가시가 숨어있었다. 하얀색 고들빼기 이름은 순박한 촌 아낙내를 닮았어도 젊디 젊은 고운 꽃은 숨겨둔 정염마저 차마 숨기지 못했다. 청초한 꽃잎 한장씩 피어내 이내 들녘 가득 최고의 고운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고들빼기가 보인다. 아직 봄의 향연은 끝나지 않았다.

버드나무 꽃씨는 여전히 날리는 중이다. 성숙한 모습을 슬쩍 보이기 시작하는 아가씨처럼, 솜털처럼 부드러운 숨결처럼 날리고 있다. 원흥이방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새끼손가락 마디굵기 같던 들메나무가 벌써 키를 훌쩍 넘길만큼 커졌다. 물기 많은 곳 좋아하던 습성 때문인지 오늘, 그 어느때보다 성장의 활기가 넘친다.

원흥이방죽 꽃창포도, 애기마름도, 부들도 여름을 준비한다. 확실하다. 이미 세상은 계절의 바뀜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물속 가물치도, 우왕거리며 커다란 목소리 뽐내던 황소개구리도 모두 여름을 즐기고 있다. 오늘도 든든하게 방죽 지켜주는 백살 넘은 느티나무도 이미 여름 맞이 준비를 끝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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