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햇빛창공]

사과꽃이 필 무렵, 농부는 민들레꽃을 베어버렸다. 민들레에 취해 휘청거리는 꿀벌들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싹둑 베어내고 채 삼일이나 지났을까. 노란 민들레는 보란듯이 사과밭 가득 피어 눈이 부셨다. 사람의 무모한 욕심이었던 것이다.

내 아이들도 민들레를 사과꽃보다 좋아했다. 작은 손으로 꽃을 꺾어 엄마에게 내밀 적엔 세상에 어느 것이 이보다 예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아이들이 귀엽다가도 밉다. 아빠에겐 한번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노란 민들레도 피고 지고, 흰 사과꽃도 피고 졌다. 온통 새하얀 민들레 홀씨 위를 걷노라면 마치 구름에 올라 앉은 듯하다. 어디로 흘러갈까.



민들레 홀씨가 가득한 사과밭으로 아이는 신나게 달린다. 앞발로 차고 뒷발로 차고 작은 몸짓에도 피어오르는 민들레 홀씨의 과분한 반응이 아이를 즐겁게 한다. 아내가 동화 속 한장면 같다며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나는 민들레 홀씨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주 공간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 아이도 민들레 홀씨를 보면서 광활한 우주를 떠올리겠지. 짖궂은 아이는 어제도 시골길을 걸어가다 말고 서서 힘겹게 피어있는 민들레 홀씨를 불어댔다. 아마도 온 동네에 민들레를 퍼트릴 작정이다. 오늘도 녀석의 할 일은 정해져있다. http://blog.naver.com/thdgk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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