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햇빛창공]

클로버꽃이 고개를 내밀고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계절이다. 이맘때면 아주 오래된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클로버꽃으로 팔찌, 꽃반지를 만들어 끼면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어느 꽃보다 멋이 난다. 거부감 없는 소박함을 지녔기 때문일까.

꽃송이를 한 묶음씩 꺾어 한참을 인내하며 앉아 정성스레 엮던 솜씨 좋은 친구는 커다란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뽐내기도 했는데 그 굉장한 포스가 부럽기까지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으레 뚝방길에 앉아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아 뒤적거리곤 했는데 해가 뉘엿뉘엿 해야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되니 눈 앞에 네잎클로버가 촐랑거려도 더 이상 잡지 않게 되었다.

옛 추억이 떠올라 꽃반지를 만들었다. 누구에게 끼워줄까. 아이에게 끼워주려고 하니 뭔지 알리 없는 아이는 툭 쳐낸다. 옆에 있던 아내가 "나 해줘"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결혼생활 10년 중 시골살이가 반이 넘었는데도 풀꽃반지 하나 여지껏 해주지 못했다. 하긴 변변한 반지 하나 해준 적도 없다.



아내의 예쁜 꽃반지를 본 준하는 욕심을 부린다. "아빠 나도 나도 해줘. 엄마거 아니야, 내거야" 준하는 욕심이 많다. 모든게 제 것이라는 녀석이다.

사과밭의 클로버 군락에 앉아 꽃을 꺾기 시작했다. 한송이 한송이 참 진지하다. 준하의 놀이터 사과밭엔 민들레 홀씨 말고도 소중한 장난감이 또 하나 생기는 순간이다. 그런 준하에게 아내는 클로버꽃을 귀에 꽂아주었다.

꽃다발 왕관은 아니지만 꽃 머리띠를 해주었더니 겸연쩍어 하지만 싫지는 않은가 보다. 아이는 행복하다. 자연이 선물한 꽃팔찌에 머리띠까지, 난 왕이다.

얼마나 좋았을까. 갑자기 눕는다. 하늘은 오직 준하에게만 존재하는 이불이고 땅은 침대다. 촌놈으로 태어나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끽하고 있다. 난 아이와 나의 구닥다리 추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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