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우리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

일요일 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은 연인에게 실연을 당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등 3명의 개그맨들은 촌철살인의 용감한 발언과 패러디는 물론 힙합리듬까지 곁들여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용감한 녀석들의 주제는 소통이다. 극 중에서 이들은 여자 친구에게 실연당한 남자가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남자친구 군대 가면 2년 동안 기다려. 딴 남자 만나면서. 기다려~"

'기다려', '기억해', '포기해', '준비해', '사랑해', '신경 써', '고백해', '허락해' 등 동사형 형태의 해법을 제시하는 동안 랩으로 승화시킨 풍자와 패러디, 해학의 노래 가사에 더하여 개그맨 신보라는 가수 뺨칠 정도의 가창력을 보여줌으로써 시청률 흡입에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학 강의를 하는 필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코너에는 결정적인 아쉬운 것이 한 가지 있다. 신보라가 해법을 제시하는 노래가사 중 거의 마지막 대목에서 "이렇게 까지 한다고 해도 안 될 놈은 안 돼"라는 말을 던지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들리는 이 말은 시청자들에게 씁쓸함과 개운치 않은 공허한 뒷맛을 남긴다.

개그맨 박준형의 유행어처럼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이 코너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소재를 통해 패러디를 끄집어내고 재현시키는 동안 진한 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서 자신의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음 즈음 신보라는 "이렇게까지 한다고 해도 안 될 놈은 안 돼"라는 부정적인 멘트를 날린다.

혹자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그저 웃고 나면 그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과연 개그는 개그일 뿐인가. 그 순간 필자에겐 함성 대신 한숨이, 열정 대신 걱정이, 죽기 살기 대신 포기라는 새로운 패러디가 거꾸로 오버랩 된다.

만일 누가 "아무리 가수가 되려고 노력해도 안 될 0은 안 돼"라고 한다면 신보라는 어떤 기분이 될까.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말은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느낌과 함께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패배자의 논리를 고착화시킨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놈은 안 된다고 미리 예단하고 낙인을 찍는 순간 세상은 포기하는 사람과 절망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

발전은 긍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도전에 의해 이뤄진다. 개인과 사회, 심지어 나라도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긍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변화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나간 코너이긴 하지만 허름한 추리닝을 입고 백수차림으로 등장한 개그맨이 극 중 전화에 대고 상대방에게 이런 저런 요구와 주문을 하다가 마침내 협상을 성공시킨 뒤 마지막으로 날렸던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것이 어디 있니?"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던 것도 긍정의 힘을 믿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시켰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 중국어 세세 일본어로 아리가또라고 하지요"의 '감사합니다 코너'처럼 패러디는 하되 마지막은 희망을 담는 코너로 스토리텔링이 바뀌면 안 될까.

이를 테면 "세상은 말하지, 안될 놈은 안 돼" 대신에 "우리는 말하지 안 될 것도 없어~"라는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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