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햇빛창공] 나무에 물 비료포대 특단 조치

봄부터 '우르르쾅쾅' 천둥과 번쩍번쩍 번개가 요란스러웠습니다. 아이는 번개맨 아저씨가 나타났다며 붉은 망토를 두르고 며칠동안 "번개맨! 번개 파~워!"를 외치며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하늘과 아이는 깨나 시끄러웠는데 정작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요. 밭은 바짝 말라가고 억세기로 치자면 제일인 잡초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했으니 작물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란한 하늘을 쳐다보며 잔뜩 기대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양수기를 돌려 물을 퍼올려야 했습니다.

이쪽 밭, 저쪽 밭, 며칠이 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집 옆 사과밭에도 물을 퍼올려 메마른 땅을 촉촉히 적셔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갑자기 남쪽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더니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소나기를 퍼부었습니다.



피식 웃음이 납니다. 언제나 집 옆 사과밭에 물을 주고 나면 비가 내렸습니다. 처음부터 집 옆 사과밭부터 물을 줄 것 그랬나 봅니다.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 후에도 대지는 여전히 메말라 있습니다.

송하나 사과밭에 시원하게 물을 뿌리고 나서 이웃한 복숭아밭을 보니 나무 아래에 비료포대가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퇴비를 가져다 놓았나 싶어 들여다보니 비료포대 가득 물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된 복숭아 나무 사이에 갱신을 위해 어린 묘목을 심어 놓았는데 가뭄에 제대로 자라지 않자 급한대로 특단의 조치를 취했나 봅니다.

어린 복숭아나무 옆에 물주머니 하나. 병원에 입원하면 수액 주머니 차고 있는 모양새와 똑같습니다. 비료포대에 바늘구멍을 내어 조금씩 땅속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타는 목마름이 조금은 해소되었을까요?

때때로 비가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도 사과나무 그늘에 앉아 하늘을 한참 올려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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