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아침 신문을 펼쳐들면 하루가 멀다 하고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경제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두 국가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그렉시트(Grexit), 스펙시트(Spexit)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실제 유로존 4위권 경제대국인 스페인은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추락하며 구제금융 위기에 처해있고, 재정적자로 만신창이가 된 그리스는 오는 17일 재선거에서 유로존 탈퇴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유럽 중앙은행이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사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이 없다. 현재의 재정위기는 유로존의 정치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발단은 유로존 탄생의 배경이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1년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 내 단일 통화를 구축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와 달리 국가마다 실물 경제력이 다른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힘만으로 단일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영국이 단일통화 체계에서 이탈하는 등 통화정책이 위기를 맞자 독일과 프랑스는 환율 변동폭을 늘리며 문제를 덮으려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각국의 재정적자 허용범위를 GDP 3% 이내로 엄격히 제한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더 필요하다며 그리스가 대규모 회계분식을 통해 부채를 축소했음에도 유로존에 받아들이는 무모함을 보였다.

이렇게 재정위기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유로화 약세로 가장 크게 이득을 본 독일로서는 위기 봉합에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내년 9월 3선을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항상 마지막에 마지못해 타협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이 신재정협약 재개정과 유로본드 도입을 주장하며 유럽연합 내 주도권을 찾으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각국의 재정통합이 우선이라며 또 다시 반대하고 있다.

유럽연합 국가 간 국채 금리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공동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도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며 이들 불량국들이 자국의 경제상황을 철저히 점검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단일 통화의 토대인 재정과 금융, 노동시장을 통합하고 회원국들의 경제력 차이를 줄이는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말하듯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이번 사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한 국가를 떼어내기로 한다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기가 전염된 국가의 탈퇴도 기정 사실화되는 것 아닌가.

만일 유로존 국가들이 긴축 정책을 시도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IMF 이후 10년 이상 고통을 겪었듯, 그들도 오랜 시련을 견뎌내고 독일과 동등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전트 교수의 진단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사전트 교수는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탄생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에 따르면 1787년 미국 헌법이 탄생할 당시 13개의 주가 마치 지금의 유럽처럼 각각의 법과 경제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주 정부마다 모두 빚을 떠안고 있었고, 지금의 유로화 채권처럼 고할인되는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새 헌법이 제정되면서 연방정부가 부채를 통합했고, 부채 상환을 위해 강력한 세금 징수 권한을 행사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유로존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면서도 각국의 이해에 의해 입장을 달리하는 모습을 직시하면서 이달 28일 열릴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의미한 정책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나무에게는 바람, 새, 달이라는 세 친구가 있는데 바람은 마음 내킬 때마다 찾아왔다가 스쳐 지나가고, 새도 잠시 둥지를 틀었다가 어느새 날아가 버리지만, 달은 한결같이 찾아와 함께 지내는 의리있는 친구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로우면 붙기도 하였다가 이롭지 않으면 돌아서기도 하여 서로 믿음이 없는 것을 가리켜 감탄고토(甘呑苦吐)라 한다.

10여년 전 유로존의 탄생을 공동체 정신의 상징으로 칭하였지만 지금의 위기상황을 지켜보며 우리 주변에는 감탄고토 되어지는 것들이 없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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