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거 기자단-햇빛창공]

논밭에 자라는 농작물과 시골풍경을 사진에 담고 나면 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올리지 못한 사진과 글이 쌓여가고 더 보충하기 위해 시도를 하지만 끝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전문작가도 아니고 그저 일기처럼 적어두고자 했던 것이 점점 욕심이 생기는 것은 사랑이고 집착이고 미련이겠지요.

그 중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 하나, 제비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지난해에도 제비둥지를 보면 잽싸게 카메라를 꺼내 엄미가 건네주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옆 친구를 밀치며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새끼제비를 담아보려고 했지만 언제나 실패입니다. 번번이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낼름 숙이고는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럴때마다 '망원렌즈가 있어야 했어' 하며 애꿎은 장비 탓을 했습니다만 오늘에야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가까이 가서 들여다봐도 날아가지도 않고 멀뚱멀뚱 바라보며 눈을 맞춰줍니다.

작은 시골마을에선 제비의 곡예비행이 아찔합니다. 자동차가 제법 달리는 길인데도 제비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급선회와 급강하 비행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집집마다 제비둥지를 몇 채씩은 보유하고 있으니 허름한 시골집이 다가구주택이 되었습니다. 어찌나 많은지 대충 보아도 눈에 띄는 제비둥지만해도 족히 백 채는 넘어 보입니다. 그 중에 새끼를 품고 있는 둥지가 절반은 됩니다.

한때는 제비가 호화찬란한 강남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야단법석이었는데 모두 거짓인가 봅니다. 아니면 제비들도 귀촌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비둥지는 시골흙집에 터를 잡아야 멋있습니다. 반듯한 시멘트 건물에 지은 제비둥지는 드물기도 하지만 왠지 정겹지 않게 느껴집니다. 처마 밑에 제비둥지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새끼가 날 때가 되었는데 이제서 둥지를 만들고 있는 제비도 있습니다. 제비에도 저처럼 게으름뱅이가 있는가 봅니다.

제비들은 최고의 건축가입니다.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여느 새의 둥지보다 견고하며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제비는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저보다도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제비는 전기시설도 이용할 줄 압니다. 어두운 밤이 싫었던 모양입니다. 여기 더 대단한 능력을 지닌 제비도 있습니다. 최첨단 보안카메라가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이만하면 남 부럽지 않겠습니다.

제비의 배설물 때문에 냄새도 나고 지저분하기도 해서 가게집은 매일 제비둥지 아래를 쓸고 닦아내야 하지만 그 귀찮음을 마다하지는 않습니다. 제비의 배설물을 받아내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박스를 펼쳐놓는 것은 기본이고, 제비둥지 바로 아래에 판자를 덧대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을에 제비가 많으니 웃지 못할 광경도 있습니다. 구멍가게 처마에 집을 지어놓은 탓에 한번은 드나들던 외지손님 머리 위로 제비의 배설물이 떨어졌는데, 그 손님이 툭 털면서 하는 말이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모양입니다" 하고 피식 웃고 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제비에게 후합니다. 새집이든 헌집이든 제비가 둥지를 틀고 살면 지저분해지는데 그렇다고 제비둥지를 철거하는 일은 없습니다. 유독 이 마을에 제비가 많이 찾는 이유가 그래서였을까요.

마을을 폭주하듯 날아다니는 경쾌하고 날랜 제비의 날갯짓이 얄밉습니다. 제비가 낮게 날아야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는 한참 후에야 내릴 모양입니다. 내일은 제비가 좀더 낮게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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