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포데로샤] '솔페리노의 회상'을 읽고서

6월이다. 이미 덥다. 그제보다 어제가 더웠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덥다. 실내에서 일해도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돋고, 더위에 지쳐 몸은 녹신거린다. 여름, 나에겐 참 힘든 계절이다.

그러고보니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6.6)과 한국전쟁일(6.25)이 포함된 달이다. 나라와 순국선열과 전쟁과 평화를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무더운 6월에 전쟁을 해야만 했을까?

공교롭게도 19세기 유럽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자 우리와 비슷한 계절 6월에 벌어진 전투가 있다.

바로 1859년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프랑스-사르드니아 연합군과 오스트리아군이 이탈리아 솔페리노 언덕에서 벌인 <솔페리노 전투>다. 30만명 이상의 병력이 서로 대치하고 전선의 길이는 20km에 달했으며, 싸움은 15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상상해 보라. 충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청주시 인구가 60만을 넘는데, 청주시 인구의 절반이 서로 편을 나눠 전투를 벌였다. 20km 전선이라면 청주에서 증평까지나, 청주에서 세종시까지 병력이 포진된 대규모 전장이었다. 15시간의 전투로 2천여 명의 사망자와 4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내 근처의 한 병사는 찢어지고 부서진 턱 밖으로 혀가 튀어나와 있는 등 그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여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깨끗한 물로 그의 메말라 터진 입술과 굳어진 혀를 축여 주었으며 붕대 한 뭉치를 집어서 내 뒤에 준비된 양동이 물에 적신 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입의 구실을 하고 있는 구멍 속에다 스펀지를 대신한 붕대의 물을 짜 넣어 주었다. <솔페리노의 회상 중 59p>누군들 이 현장을 지나며 외면할 수 있을까. 스위스의 실업가 장 앙리뒤낭(1828. 5. 8 ~ 1910. 10. 30)은 사업차 이 곳을 지나다 참담한 광경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춰 전상자들을 구호했다. 그리고 1962년 전쟁의 참상과 부상자들의 아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을 기록했다. 그 책이 <솔페리노의 회상>이다.

앙리뒤낭은 이 책에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상병자를 간호하기 위해 헌신적이고 자격있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구호단체를 평시에 각국 내에 설치할 것과 둘째, 군대 부상병을 돌보는 군의료요원들과 군목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의료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한다.

그가 추구한 인도주의 정신은 모두 구현됐다. 하나는 전세계 187개국 1억명의 자원봉사자를 가진 적십자라는 조직으로, 다른 하나는 제네바 협약으로 말이다.

전쟁은 신성하지 않다. 이제 6월은 전쟁보다는 평화로 기억되는 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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