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선망의 대상이다. '머니 머니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우스개처럼 머니(MONEY)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부자라고 모두 존경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부자에 대한 부러움만큼 반(反)부자 정서도 강하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전국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당당한 부자 관련 전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도 이러한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존경받는 부자의 필수 요소로 도덕적 책임과 의무 수행을 꼽았지만 부자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62.2%가 '부자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존경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청빈한 사람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편이다. 淸貧(청빈)은 성품이 깨끗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가난한 것을 뜻한다. 청빈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게으른 사람의 가난이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한 자가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기 때문이다.

사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필자는 淸富(청부)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청부는 깨끗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뜻한다. 부정부패와 대립되는 淸廉(청렴)도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음을 의미한다. 광의로 해석하면 정당하지 않은 재물에 욕심을 갖지 않는 것이니, 정당한 경제활동으로 재물을 추구하는 것도 청렴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달인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달인(達人)은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개그콘서트에 '달인'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달인은 더욱 대중적인 용어가 됐다.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실전! 달인교실'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화제가 됐다. 달인교실은 공무원의 전문성과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개설된 과정이다. 달인 열풍이 공직사회에 확산되고, 공직분야에서 달인들이 넘쳐나면 대민서비스의 질과 공공분야의 선진화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윤은기 원장은 공직의 달인을 '목표치를 극 상한치로 잡고 부단한 연마와 수련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의무이자, 모든 선정의 근원이요, 덕행의 뿌리."라고 규정해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관의 달인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필자도 해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자치단체 CEO' 책을 쓸 때 단체장이 갖춰야 할 경청, 청렴, 긍정, 비전, 평가, 신뢰라는 6가지 잣대를 토대로 성공한 자치단체장을 선정한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의 달인들이 갖춰야 할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필자는 지난 주 한국경영중소기업협회 주최 '굿모닝 CEO 학습'조찬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그 해답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는 이날 '글로벌 경쟁력 글로벌 리더십'주제를 통해 글로벌 리더의 달인이 되려면 첫째가 창조경영이고, 둘째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수요창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은 국가경제규모 세계 15위, 수출규모 세계 7위이면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이자, 대학진학률이 OECD국가 중 1위로 높은 교육열 덕분에 세계 최대 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가청렴도는 43위로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패가 세계 최고의 국가로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가 달인이 되려면 약방의 감초처럼 청렴이 일상 생활화되어야 한다.

인간을 초토화시키는 암적 존재처럼 부정부패가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 대한민국은 결코 세계 최대 강국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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