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머루]

여인숙이었다. 대전 문화1번지 대흥동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은 산호여인숙. 번화가에서 한때 이름깨나 날렸을 숙박시설이 최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전 대흥동 안내자이자 문화예술인들의 대안공간이면서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은 산호여인숙을 찾았다.

각종 문화잡지와 리플릿, 대전의 골목을 소개한 책들이 전시돼 있었다. 우리가 찾았을 때는 방방마다 나라를 대표하는 어린이 그림책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여인숙 전시회는 아기자기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인근에는 '토마토'라는 월간잡지를 만드는 사무실도 있었는데, 사무실 1층은 월간 토마토가 운영한다는 대흥동 문화놀이터 북카페 이데(IDEE)라고 했다. 이데에서는 흥미로운 할인행사를 하고 있었다.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당일 티켓을 보여주면 모든 메뉴에 대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협약을 맺은 영화관과 소극장만 9개 정도에 달했다. 신선했다. 카페도 살고 극장도 살고, 월간 잡지도 더불어 상생하는 구조가 아닌가.

북카페 이데도 그렇지만 월간 토마토라는 잡지가 대전에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청주에도 물론 북카페는 있다. 하지만 문화잡지 다운 잡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신문은 넘쳐나는데 정작 독자들이 원하는 소식을 전해줄 매체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산호여인숙의 산호지기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월간 토마토 사람들은 친분이 두터워 보였다. 모두 문화예술인들인 것이다.

공동화되는 구도심에 문화의 숨을 불어넣는 일은 어디에서나 시도되고 있는 일이다. 많은 문화 게릴라들이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색을 입히고 있다. 하지만 지속성이 항상 문제였다. 지원금이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고민이 필요하다.

월간 토마토는 사무실 옥상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데크를 깔아 의자와 탁자를 놓았고 직원들의 얼굴을 벽화로 그려 넣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토론회도 열고 음악회도 열 것이다. 마치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오래된 건물에서는 문화의 짙은 향기같은 것이 느껴졌다.

청주에도 이런 대안문화공간 하나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전에 대흥동이 있다면 청주에는 문화동이나 사직동, 서문동에 이런 공간이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금과 인력이다. 하지만 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지역에도 다양한 문화게릴라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실험은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생력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다.

토마토라는 잡지를 하나 얻어 왔다. 5월에 창간 5주년을 맞아 펴낸 잡지라는데 주제가 '다시 한 번 환장'이었다. 보통은 부정적으로 쓰는 이 단어를 이 잡지는 과감하게 표지 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면서 편집장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유혹적이고 중독성 강한 것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라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함께 환장하자고. 또 '환장끼'를 북돋워 주는 건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대전을 다녀온 뒤 청주를 깊이 생각해보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에게도 산호여인숙과 북카페 이데와 같은 공간은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이 말하는 '환장'이 아닐까?

문화탐험가들은 안정된 길을 거부한다. 문화게릴라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혼자 하는 작업에서 벗어나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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