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우리나라가 경사를 맞았다.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20-50 클럽'이란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를 지칭하는데 이제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이 조건을 달성한 나라는 1987년 일본으로부터 1996년 영국에 이르기까지 모두 선진국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일원이 되었음을 알리는 확실한 징표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20-50 클럽' 가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올라선 최초의 사례이면서 당분간 또 다른 진입국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자긍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한번 입성하고 나면 후진 기어 없이 계속 전진하는 속성으로 인해 앞으로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렇지만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심화된 유럽 재정위기에 반응하는 각국의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향후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혼돈스럽다. 일례로 유럽에서 독일 수출 감소와 스페인 우려 때문에 영국(0.23%), 독일(0.22%), 프랑스(0.63%) 증시가 하락한 날, 이어진 미국증시는 스페인 기대감에 다우(0.75%), 나스닥(0.97%)이 상승하는 등 동일 사안을 놓고 해석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복잡한 양상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미국 발 금융위기나 유로존 위기와 같은 대외충격에 부침을 거듭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고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국가 및 지역산업정책의 방향 정립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안에 대한 정책자문회의를 통해서 대외여건 변화 적기대응, 선순환적 산업생태계 구축,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금의 여건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여러 위기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백악관 경제특별보좌관이 '미국경제가 롤 모델로 삼고 배워야 할 대상은 바로 독일이다'라고 언급할 만큼 세계 각국의 칭찬이 무성하다. 그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연쇄충격으로 선진국들이 예외 없이 휘청거리는 와중에 독일만 수년째 홀로 약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독일 경제성장의 핵심은 경쟁자가 많은 소비재를 팔지 않고 아무나 모방할 수 없는 기술, 즉 생산재를 판다는데 있다. 견인차는 소수의 창업자나 임원들이 적은 자본금으로 단기실적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유한기업(GmbH)과 전체 기업 중 99.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3위에 드는 히든 챔피언급만 1350개에 이른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독일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이들은 바이엘·지멘스와 같은 대기업과 함께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낳고 있다'고 평가한다.

충북에서도 대안은 지역의 10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미래 신산업 발굴과 관련 생태계 조성 그리고 이를 견인할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산업융복합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및 기존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근간으로 하면서 지역 간, 산업 간, 기술·자본·인력 자원을 연계시키는 독창적 산업육성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베끼지 못할 것이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복제가 어려운 비즈니스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몇 가지 기능을 베끼기는 쉽지만 수많은 보조프로그램,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자발적 네트워크 자체를 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충북형 강소기업, 즉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성장성과 혁신성을 보유한 기술기반의 스몰자이언츠 육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최소자본과 경량화로 진화하는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하여 약 1000만원(1만 달러) 미만의 소액창업을 유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IT인프라를 토대로 하며 소셜 네트워킹서비스(SNS)와 모바일 분야가 타겟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 징가 등 인터넷 기업들의 성공이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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