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김상윤]

장애인근로자들이 서명한 용지를 내밀며 나보고도 서명을 하라길래 내용이 뭔지 알아야 서명을 하는거지 싶어 앞장으로 넘겨 내용을 읽어내렸다.

그런데 한참을 들여다봐도 도통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듣는 명칭도 내용 이해를 방해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처음 듣는 이름인데 한국의 장애인을 개발하는 곳인가? 어떻게 개발한다는 거지? 하는 생각에 일단 서명을 미루고 점심시간에 한국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떤 곳인가를 훑어보았다.

서명 용지의 요지는 지금까지 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은 공공기관에 직접 홍보하고 영업도 했었는데 앞으로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물량을 배정하고 가격도 조정하는 등 공공기관과 생산시설 간의 수의계약을 대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생산시설 입장에서는 졸지에 상부기관이 생겨버린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으니 서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왜 서명을 해야 하나? 거기에 서명한다고 내 최저임금 4천580원이 5천600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한달에 십만원 받으며 콩 자루를 나르고 썩은 콩을 골라내는 미자의 월급이 십오만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위한 서명인지는 말 안해도 뻔하다. 적어도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서명은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 중증장애인은 사는게 팍팍하다. 정말 힘들다. 그런데 한국장애인개발원이라고? 먹고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화까지 나게 한다.

화가 나는 첫번째는 많은 지적장애인과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 및 관련업체 말고는 일할 곳이 거의 없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장애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월 10~20만원을 받는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단 돈 10만원도 못버는 장애인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장애인을 관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채용되는 직원 및 사회복지사 급여는 공무원 급여에 준하는 수준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장애인을 관리하는 자들 10명이 받는 급여면 지적장애인 200명은 충분히 고용할 수준이 된다.

장애인 몇 명 끌어 모아 여기저기 아는 공무원 연줄로 업체를 차리고 나랏돈을 챙겨먹는 사람도 있다. 그 장애인 중에는 다른 장애인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고 그 사람들의 편을 드는 일도 있다. 방송의 힘까지 빌려 장애인 고용을 홍보하고 '좋은 일 한다'는 인사를 당연한 듯 받고 있다.

월급이 10만원이라는 건 노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그들은 뼛속까지 장애인 차별로 물들어 있다. 장애인들은 점점 대상화 될 뿐 노동자는 커녕 그저 있는 사람들의 밥벌이로 이용되는 도구가 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가 지금의 현상을 당연하다는듯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변 단체건 진보운동 한다는 단체건 지적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랏돈, 피 같은 세금을 꽁꽁 묶어 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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