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햇빛창공] 여름방학 숙제 여전히 있을지 궁금

곱게 반짝이는 벌레 한마리에 곤충채집을 하던 국민학생 시절을 생각해본다.

곤충채집은 여름방학 숙제였다. 여름방학 내내 잠자리채를 들고서 들과 산을 헤집고 다닌다.

왕잠자리, 고추잠자리를 잡아 들이고 말매미, 참매미, 보리매미, 노랑나비, 흰나비, 호랑나비 등 뒷산 참나무를 샅샅이 뒤져 커다란 사슴벌레도 잡았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곤충들까지도 잡았다.

일년에 한 번 가기도 힘든 읍내를 어떻게 나갔는지, 읍내 약국에서 어렵게 구입해 온 알코올 한 병과 주사기로 잡아 온 곤충의 몸 속에 알코올을 주입하는 순간 곤충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 죽고 만다. 고급 유리잔이 담겨 있던 스티로폼 박스에 나란히 실핀으로 곤충들을 고정시키고 이 책 저 책을 찾아 이름표를 붙인다.



드디어 개학 날, 위풍당당하게 전리품처럼 숙제를 선생님께 제출했다. 깜짝 놀라 휘둥그레한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그려진다. 우수작품이 전시된 첫 날, 여름 내내 잡아들인 곤충표본들은 쥐의 먹이가 되었다.

"어쩌니. 어렵게 채집 했을텐데 밤에 쥐가 다 먹어버려서 못쓰게 됐어."

그렇게 나의 긴 여름방학은 하룻밤 새 사라졌다.

요즘도 곤충채집 여름방학 숙제가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마도 곤충도 마트에서 사는 시절이니 없지 않을까. 무지막지하게 채집통에 잡아들인 곤충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어쩌면 그 시절에 너무 많이 잡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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