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두꺼비

딸아이와 일주일간 백두대간을 다녀오면서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이 "애들 방학이 벌써 시작됐냐"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었다. "일주일간 학교 대신 다녀온 거"라고 했더니 "잘했다"면서 흔쾌히 동의를 하는 사람과, 스스로는 그런 결정까지는 못하지만 부럽다는 사람, 소수의 "그래도 학교를 빠지는 건…"이라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개근'은 '성실'의 다른 말이었으며, 우리나라 경제를 성장 시키는 개인들의 지고지순한 가치여야 했다. 성적우수상 보다 개근상에 더한 의미를 부여하는 치사가 대부분이었으며, 당연히 그래야 하는 진리처럼 생각됐었다.

고등학교때 주상복합 상가에 살림집을 겸하고 있던 집이 불이 나서 말 그대로 거리로 나 앉은 적이 있었다. 책, 가방, 교복도 모두 불에 타서 다음날 학교를 가긴했으나 그냥 돌아와야 했다. 결국 본의 아니게 결석- 엄밀히 말하자면 학교까지는 다녀왔으니 조퇴라고 해야 할까?-을 하게 되었다. 뭐 그러려니 했었는데 졸업을 앞두고 내가 '정근상'을 받는다고 통보받았다. 하루 결석한 날이 바로 집에 불이 나서 그냥 돌아와야 했던 날이었다. 억울하기도 하고 속도 상해 학교에 항의해서 겨우 개근상을 받아낼 수 있었다. 당시 내겐 '개근상'이 그 어떤 상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요즘 학교는 부모와 함께하는 날을 자율학습으로 결석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다른 학습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굳이 학교 공부가 아니더라도 '교육'시간으로 간주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 학기에 단 한 번의 기회만 있다고 한다. 좀 더 학교장의 재량범위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많은 부모들과 이야기해봤지만 개근상의 가치가 중요하게 생각되던 시대에서 이미 스스로의 선택과 자율의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성실의 가치는 스스로 선택한 자율판단의 과정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습 선택을 위해 학교를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외국유학을 보내거나 대안학교를 보내는 등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대로 이미 와 있다. 다양한 선택과 도전이 세계인의 주요 덕목이 되어버린 것 같다.

꽤 지난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도 가정학습으로 아이의 공부를 대치하려던 부모가 학교 수업을 요구하며 집으로 찾아온 공무원을 총으로 쏘아 세계를 경악시킨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가족이 함께한 학습선택에 국가가 개입하지 말라는 공화주의자의 경고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의 학습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여전히 충북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시험을 보지 않고 생태학습을 했다 해서 교사가 징계당하고 있기는 하다.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현대의 교육 시스템에서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도 대세는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학습선택의 자유가 확대되고, 자유로운 학습기회와 아이들의 도전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제도와 시스템이 이미 도래한 시대에 언제쯤 발 맞추어 줄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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