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재식 저산교회 목사

오랜만에 가진 평소 알고 지내는 미술관 관장님 내외분을 만났다. 두분과 나눈 삶에 대한 이야기는 '무제Ⅰ'이라는 작품명으로 걸작품이 되어 나의 마음에 새겨졌고, 관장님과 촬영한 멋진 사진작품은 '무제Ⅱ'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에 잘 간직되었다. 그 '무제Ⅰ'과 '무제Ⅱ'라는 걸작품은 관장님 내외분께서 전해주시던 교훈들과 멋진 사진의 텔링은 또다른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아름답게 전해질 것이다.

니콜라스 푸생의 걸작품 '여름:룻과 보아스'는 니콜라스 푸생이 성서를 바탕으로 그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四季)중 여름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 성서 룻기의 스토리와 그림 즉 텔링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각양각색의 스토리텔링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빠른 정보를 가져다주는 여러 기기(機器)의 새로운 기능들을 통해 고전적인 감화와 현대적인 감각들을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역사적인 이야기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 이야기로 삶의 의미를 찾고 긍정과 평안, 감사를 경험하게 하고, 관계성의 부재들로 인한 갈등을 풀며, 조정하여 화해를 이끌어내고, 방황과 아쉬움, 아픔들을 이야기로 극복하며, 이야기로 자기의 불합리성을 극복하고 객관화시켜 문제를 해결한다.

사람들은 패러다임 양식 또는 내러티브 양식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패러다임 양식은 논리와 엄격함으로 삶의 딜레마들을 해결하는 양식이다. 삶속에서 사랑이 결핍되어 메마른 세상 속에 버려져 사랑이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야기하지 않고 듣지 않는 세상, 모두 자기만의 동굴 속에서 나오지 않고 난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패러다임 양식에서 그려지는 반면에 내러티브 양식은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자기를 이야기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의미를 얻는 양식이다.

아무도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결론내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이야기, 사랑의 실천을 담은 미담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하며, 논리적인 계획과 무계획적인 사랑은 평온이 넘치는 안정을 가지고 오게 하기도 한다. 내러티브와 패러다임이 공생하는 방식으로 평안을 늘릴 수도 있다.

룻기는 사사(師士)시대에 기록된 역사서이다. 룻기에는 룻의 무계획적인 순전한 신앙과 헌신이 넘쳐나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모습을 읽을 수 있으며, 사사기와 같은 아픔의 시대에 신실한 믿음으로 그는 다윗왕과 예수님의 조상이 되는 축복을 누렸는데, 이면에는 룻의 진실한 믿음과 하나님의 구속사의 섭리가 있다. 논리만으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많아진다. 논리로 시작하여 믿음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믿음으로 시작하여 논리로 끝을 맺기도 한다.

사랑의 하나님과 공의의 하나님을 보아야 하듯이 패러다임과 내러티브의 조화로 갈등과 난제와 아픔을 풀어가야 한다. 이상(理想)으로 점프 할 수 있는 기회를 현실의 한계로 주저앉힐 수 있고, 그 한계는 논리로 말할 수 없는 마치 그물이 엉키어 쓸 수 없는 그물을 정리하는 사람 처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안고 하나님께 말하기 연습을 줄곧 하는 순수한 초신자처럼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과정이 지속되는 어느 시점에 사랑할 수 있는 이웃도 보이고 나도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런지... 또 다른 논리 앞에서 사랑의 정신과 화목하는 모습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삶을 논했다는 이야기로 풀 수 없는 것은 각자의 삶을 함께 걷는 것으로 풀어가며, 다른사람의 삶도 만나자!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함께 타인의 짐도 지고 걷는 이야기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확대되어질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편리함 속의 정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사시대의 아름다운 룻과 보아스처럼. / 저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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