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평] 강석범 청주미술협회 부회장

충북도내 유일의 예술계 특수목적 고등학교인 충북예술고등학교는 1년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종합예술발표회를 갖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술, 음악, 무용의 전시 및 공연이 있었다.

지난 17일은 충북학생교육문화원에서 음악과 정기 연주회가 열렸다. 항상 그렇듯 무대공연의 설렘이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느껴졌다. 꽃다발을 비롯해 케이크, 선물 등을 한 아름씩 준비한 가족 및 친구들.. 언제 봐도 싫증나지 않는 풍경이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1층에서 관람했는데 그날은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하는 수 없이 몇몇 선생님들과 2층에 모여서 관람을 했다.

클래식 음악 이라는 게 좀 그렇다. 멋있고 호기심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연 중에 곧잘 자신도 모르게 깜빡 졸기도 하고 그런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종종 그런 실례를 범하기도 한다. 공연 막바지에는 내가 가장 기다리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다. 예전에 TV로 세계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을 봐도 따분하기 그지없는데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고 들으면 정말이지 그 광경이 대단하다.

보통 1층에서 보면 지휘자의 뒷모습과 앞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가장 많이 보이고 맨 뒷줄 타악기 연주자들의 연주모습을 자세히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2층에서는 오히려 오케스트라 전체 단원의 모습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고 특히 맨 뒷줄에 자리한 타악기 연주자들의 모습과 연주하는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어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생긴 타악기를 앞에 3개씩이나 쭉 나열하고, 스틱을 쥐고 좌우 넓게 연주하는 팀파니 연주자의 모습에 나는 홀딱 반해버렸다. 이전에는 맨 앞줄 현악기 연주자들에 비해, 타악기 연주자들의 중요도가 비교적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날 팀파니 연주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관념이 싹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는 건 물론이고, 전체 연주를 조율하는 긴장도, 특히 지휘자와 완벽히 교감하면서 지휘자의 손끝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모습에서, 소리를 듣는 오케스트라가 아니고 눈으로 보는 오케스트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날 나는 몇 곡의 연주를 들었는지, 또 연주소리는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기억은 지휘자와 교감하는 팀파니 연주자의 모습뿐이다. 오죽하면 제2의 지휘자라 했을까. 팀파니 주자에 의해 오케스트라 수준이 달라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지휘자랑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장 같은 눈높이에서 연주하는 팀파니... 팀파니는 어떤 때는 소곤대는 소리로, 또 어떤 때는 천둥과 같이 불같은 소리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쥐락펴락 호령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날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면서 두 명의 아버지 어머니를 보았다. 지휘봉 하나로 공연장 전체를 장악하는 아버지 같은 최고의 카리스마 '지휘자'와, 예리한 눈빛과 스틱으로, 때론 손바닥으로, 자신과 전체소리를 통제하며 집안 살림을 꾸리는 '팀파니 연주자' 어머니를 그곳 공연장에서 보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