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승혜 청주 용암중 교사

교사에게 장학수업이란, 피하고 싶은 숙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교사이기에, 나의 가르침을 당당하게 공개할 수도 있어야 하지만 그 후에 찾아오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숙제.

그런데 이 크나큰 숙제인 장학수업을 내가 맡게 되었으니, 그 부담감은 마치 1톤짜리 돌덩이를 짊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장학수업에서 기대되었던 것은 그동안의 장학수업처럼 내가 실연한 수업의 '결과'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는 '과정'이 있는 '컨설팅 장학'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이 수업이 크나큰 부담감만큼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이기도 했다.

나는 평소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늘 아쉬움을 느끼던 줄거리와 주제가 중심이 되는 문학 수업 대신, '감동'이 있는 문학수업을 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부딪힌 장벽은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문학작품을 '스스로 찾아' 읽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문학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수업의 내용을 이해했는지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모든 부분들이 그동안 충분히 고민해야했지만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미루어두었던 숙제들이었다. 하지만 늘 정해진 지식을 전달하기에 급급했던 나는 아이디어의 한계를 느끼며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과 나 자신의 한계를 실감해야했다.

두 번째로 부딪힌 장벽은 내가 설계한 수업의 지도안을 전문위원들(장학사, 수석교사)께 보내드리고 나서 수정의 과정을 거쳐야 했을 때였다.

막상 전문위원의 조언을 들었을 때, 아직도 내 안에 살아있는 자존심이 수정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부족함을 알면서도 그것을 지적받기 싫어하는 나는 칭찬받기만 좋아하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나를 낮추고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나니, 내가 그동안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더 좋은 수업은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결전의 그날. 아이들은 내가 준비하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점심식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내 책상 위에 붙어있는 메모 한 장이었다. 도서부장 다예의 메모는 이러했다.

"선생님~ 아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소개한 '엄마를 부탁해'요~ 보영이가 읽어보고 싶다고 빌려갔어요~!" 문학수업에서 내가 꿈꾸던 학습목표를 드디어 달성하게 되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교사가 되고난 후,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했을 뿐, '배우는 일'에는 한없이 게을렀던 나와 아이들 앞에서의 권위가 어느덧 마음 속의 교만으로 잡아 부족함을 인정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나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이젠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안다.

고민이 없는 발전은 있을 수 없고, 배움이 없는 곳에서 성장이 일어날 수 없으며 진정한 교사는 가르치는 일의 끝을 '전달'이 아니라 '배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 kookus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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