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나는 멀 좀 아는 놈, 오빤 강남스타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1일 미국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가 미국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싸이가 사상 최초다.

유튜브에 공개된 '강남스타일'은 23일 현재 조회 건수가 4천500만 건을 넘어서면서 파죽지세의 인기몰이 행진을 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달 15일 6집 앨범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을 냈던 싸이는 이제 일약 세계적 스타로 올라섰다.

미국의 CNN과 월스리트저널을 비롯한 유력언론들이 앞을 다투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소개하고 인터뷰 기사를 게재할 정도이니 그 열풍이 놀라울 따름이다.

"도와줘. 강남스타일에 중독됐어.(Help, I'm in a gangnam style k hole)"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에 이어 '케이티 페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싸이의 동영상과 글을 올리면서 '강남스타일'의 유명세는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강남스타일'의 진수를 느껴보려고 3D로 동영상을 시청했다. 코믹한 줄거리와 함께 나오는 섹시한 말 춤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저절로 들썩여진다.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만나서 즐겁게 놀자'는 주장과 되풀이되는 '오빤 강남스타일!' 후렴구에서는 중독증마저 느껴진다.

'강남스타일'을 '생각이 없는 노래'라고 평하는 대중문화평론가들도 있다. 그러나 코믹은 허접해보여도 오히려 허접하지 않은 세련된 음악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강남스타일은 '진검승부'를 하듯 진주를 찾아나서는 '나는 가수다'나 '슈퍼스타 K'와 달리 편한 음악과 코믹한 말춤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련된 음악에 곁들여 모순과 갈등으로 가득한 가사, 섹시여성의 비주얼, 그리고 말춤 퍼포먼스를 연출한 '강남스타일'을 통해 싸이도 멋지게 K-POP한류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K팝과 전혀 다른 비주류의 문화를 가지고 세계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도 유튜브는 강남스타일을 글로벌 스타일로 만드는 통로 역할을 톡톡이 했다.

강남스타일 노래의 주인공은 뛰는 놈도 아니고 나는 놈도 아니다. 본인 표현대로 그저 '뭘 좀 아는 놈'일 뿐이다. 유튜브 접속자들이 강남의 문화를 낱낱이 알리 없다.

강남스타일이 대히트를 친 이후 아류인 홍대스타일, 대구스타일을 비롯하여 외국에서도 패러디물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엔엠알'(NMR)이 소개한 '톱 11 강남스타일 패러디'는 포니·건담 등 캐릭터 버전, 시카고·싱가포르 등 지역 버전, 변태·김치 등 코믹 버전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코믹한 설정으로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변태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KAIST 학생들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남표스타일(Nampyo Style)'을 만들어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문화 시위 활동에 나서는 모양이다.

강남스타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싸이는 작은 키, 볼품없는 몸매, 그리고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지만 그만의 스타일을 찾아내면서 그 어떤 아이돌보다도 더 대중적 사랑을 받는 세계적 스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강남스타일'은 말 그대로 럭셔리와 유행1번지를 상징하는 강남스타일도 아니었다.

그저 강남의 '가진 자'들을 패러디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운 강남스타일을 창출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싸이의 성공은 나만의 강남스타일을 만들어보라는 격려 메시지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싶다.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의 '강남스타일'신화가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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