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H그룹 회장이 횡령 배임협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주가는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고,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혁명을 갖아 온 A사는 CEO 사망으로 한 때 경영애로에 직면하였는가 하면, 지난 5월 인터넷 포털기업의 CEO 학력위조 의혹은 정직함을 문제 삼으며 주가 하락은 물론 분기 매출하락으로 이어진 위기를 보면서 CEO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앞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의 한 방법으로 CEO 리스크 관리가 새롭게 제시되고 있다.

유명 발레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의 빈번한 사고와 부상으로 공백상태가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key-man에 대한 관리에서 출발한 CEO 리스크 관리는 CEO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해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된다는 입장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붉어져 나온 CEO 리스크의 종류를 보면 첫째 견제시스템 없이 독단적 판단에 의한 권력집중형 리스크, 둘째 외부에서 CEO 1인의 가치가 기업가치보다 크게 인식 되었을 경우 CEO 부재시 발생할 수 있는 가치하락에 대한 리스크, 셋째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CEO가 자주 교체되는 것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 및 확장식 전략을 펼치는 위험증가형 리스크 등이 있다.

이러한 CEO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CEO 승계프로그램, 공식적이고 엄격한 자격기준과 견제기능, 사외이사 활동의 내실화와 감사제도의 활성화 등이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2009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사회 및 감시 기능의 부재였음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기능이나 제도가 없거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 기업이나 조직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3주체인 가정과 기업, 그리고 정부 중 기업이야말로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주체임이 분명하다. 그 주체를 움직이는 CEO 자체 내지는 시스템에 리스크가 존재한다면 이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시한폭탄'으로 순식간에 경제의 한 축이 무너져 심각한 경제활동의 위기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EO 리스크가 발생된 여러 기업들을 보면 '투자불안으로 인한 주가하락과 분기매출 감소, CEO와 관련된 주요 임원의 퇴출, CEO의 재기를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는 구조조정의 불안감, 펀드멘털(Fundamental)의 부재'등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국내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와 같은 CEO 리스크는 비단 기업경영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내재하고 있다. 정당의 1인 독주 지배구조화, 정치행정의 과도한 집권화, 사회문화 및 인구의 수도권 편중, 대기업 편향의 경제적 양극화 등의 역기능이 여지없이 이에 해당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이러한 폐해를 비판하면서도 조직장악력이나 카리스마 또는 리더십 부재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부지불식간에 이를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자성할 필요가 있다. 가정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CEO 리스크에 순응하기보다 불기자심(不欺自心)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않으며 구성원을 보호하고 더욱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고 이룩해 나아가야 하겠다.

일본 에도시대 천하를 통일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전쟁의 신이라 일컬어지는'다케다 신겐'으로 그의 부대는 패배의 기록이 없다. 신겐은 빨간 갑옷을 입고, 빨간 깃발을 꽂아 적과 아군에게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고 전쟁을 지휘한다. 적의 칼이 자신을 겨누는 순간에도 절대로 피하는 법 없이 그 칼을 끝까지 지켜본다. 그 상황에서 신겐의 옆에 있던 무장들이 자신의 몸을 던져 칼을 막아내었다. 신겐이 전사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신겐이 죽으면 나라를 빼앗기게 되고, 사랑하는 가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갖춘 다케다 신겐이 지켰던 그 자리에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무장된 우리의 CEO가 설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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